국정은 대선 후보의 ‘국민 생체실험장’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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李지사, 全국민 1000만원 ‘기본대출’ 공약
원금만 500여兆원 필요…전형적 포퓰리즘
국제신용평가사, 한국 채무 증가 큰 우려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8-12 00:02:01

지금 대한민국엔 미래세대의 ‘짐’ 국가부채 경고음이 크게 울리고 있다. 국가와 가계, 기업 등 우리나라 모든 경제주체의 빚 총액이 5000조원에 육박하는 등 역대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국민 1인당 4251만원, 1가구당 1억927만원이다. 문제인정부의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적 재정 운용 결과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한국 책임자들이 최근 우리나라의 채무 증가 속도와 고령화, 공기업 부채 등을 한국 재정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 걸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까지 증가해 한국의 신용평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통계에 근거, 나랏빚 증가 속도를 우려스런 시선으로 주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4년 GDP 대비 한국의 국가채무(D1, 중앙+지방정부 부채) 비율은 58.3%다.

이런 현실에서 여권의 유력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포퓰리즘적 정책인 ‘기본 시리즈 3호’를 또 선보였다. 이 지사는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원의 ‘기본대출’을 장기간 저리로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연 1조원의 예산으로 전 국민에게 1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제공하고, 법정 최고금리를 연 10% 수준으로 인하해 금융혜택을 전 국민에게 제공하겠다는 말이다.

당장 전문가들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전형적인 ‘공약(空約)’이라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5000만명에게 1000만원을 대출하려면 원금만 500조원이 필요하다. 3%의 이자와 채무불이행 비용, 보증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정부 1년 예산을 초과하는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를 신용등급도, 담보도 없이 보증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으로 자칫 ‘부채 공화국 대한민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정부의 보증책임을 믿고 대출자가 상환을 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통상 은행의 대출 부실률이 2%에 불과하다지만, 과거 정부가 100% 보증한 금융상품인 햇살론17은 출시 1년 만에 대위변제율(보증기관의 대리상환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전례에 비춰 기본금융은 실패한 정책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문제는 기본대출의 구조나 재원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이 덜컥 공약부터 내놨다는 점이다. 국민 1인당 1000만원 한도의 ‘기본저축’ 계좌를 만들어 이를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설명이 전부다.

한 술 더 떠 현재 연 20%인 법정 최고금리를 경제성장률의 5배 이내로 하향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 지사는 최고금리를 연 10~15%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자 제한을 넘긴 불법대출은 계약 전부를 무효화하고 받은 이자를 반환하도록 하고, 상한선의 3배가 넘는 불법 이자는 원금 계약까지 무효화하겠다고 제시했다. 공산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 또한 결과적으로는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불법 사금융을 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문재인정부 들어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0%로 인하한 결과 40만명에 이르는 금융소비자들이 시장에서 퇴출됐는데, 연 10%까지 최고금리를 내리면 대출불가 대상은 수백만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정책과 공약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지사는 시정과 도정이 아닌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나섰으면 그에 걸맞은 꼼꼼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설익은 내용으로 국정을 ‘생체실험’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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