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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륙의 주인이 된 수나라는 고구려에 사신을 보내 조공을 요구한다. 고구려의 왕은 이러한 요구를 부당하다 생각하고 거절한다. 수나라는 이후 수차례 사신을 보내 조공과 입조(入朝)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그렇지만 고구려는 이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 이에 양제는 총 3번에 걸쳐 고구려를 공격했다.
612년 양제는 113만3800명을 이끌고 대대적인 고구려 공격에 나섰다. 출발만 해도 40일이 걸렸으며 그 행렬이 400km나 됐다고 한다. 병참지원 인력까지 하면 약 300만명에 달했다. 고구려는 당황하지 않았다. 잘 막았고 결국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을지문덕 장군이 가둬놨던 살수를 터트렸고 수나라 30만 별동군은 살수에서 수장됐다. 대군은 물러갔다. 수나라의 패배로 기록됐다.
그럼에도 이듬해인 613년 3월 양제는 35만을 동원해 고구려를 다시 공격했다. 무리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고구려 땅을 밟았다. 요동성 공략 때 그들의 전략이 통하는 듯 했으나 고구려는 버텼고, 수나라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며 그들은 퇴각을 결정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수나라 황제는 반란을 진압한 뒤 또 고구려로 향한다. 이쯤 수나라 내부에선 진압된 반란 외에도 곳곳에서 나라에 반기를 든 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불만이 쌓인 이들이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고 볼 수 있다.
반란을 일으킨 이들은 국가가 부를 모두 탕진해 민생이 어려워지자 들고 일어났다. 그러나 고집 센 양광은 고구려 공격에 반대하는 자는 모두 죽이겠다는 엄한 군령을 내린다.
고구려 침략 전쟁은 시작됐지만 수나라 군사들은 계속된 패배로 싸울 의지가 젼혀 없었다고 한다. 리더만 상한 자존심을 채우려는 목적 달성을 위해 기존 노선을 수정하지 않고 공격 또 공격을 요구했을 뿐이다. 고구려는 수나라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알고 전쟁을 멈추고자 항복을 이야기했고, 수나라 황제는 못이기는 척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후 수나라는 무리한, 즉 멈춰야 할 때를 모르고 돌진한 무모한 황제 때문에 내부에서부터 무너져 내렸다. 우리는 이를 통해 ‘상황 판단을 잘 해야 한다, 무리하면 안 된다,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현재로 돌아와 우리나라 상황에 대입해 보면 무리한다, 물러서지 않는다는 점은 문재인정부와 꽤 닮아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이 그렇다. 정부는 실패를 말로만 인정하고 결코 기조를 변경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8·4대책에서 신규 택지 후보지로 선보인 20여곳 중 현재까지 지구 지정이 이뤄진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미 예상됐던 결과다. 8·4대책의 핵심 사업으로 거론되는 공공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4곳(1537가구)으로 정부가 제시한 목표인 5만가구에 한참 못 미친다.
아울러 정부가 전세난을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11·19대책을 통해 민간과 계약을 체결해 진행하는 신규주택 공급은 6월 말 기준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가 2·4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후보지에선 주민들의 사업 철회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또 대책을 내놨다. 민간 주도, 규제 완화는 역시 아니다. 남양주시 소재 군부대 이전 부지에 주택 3200가구를 공급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주택지구 지정 등 인허가 절차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급함이 불러온 발표로 보인다. 안타깝다. 지금 아무리 발표해도 당장 입주가 가능한 물량은 극히 드물다. 시장 안정화가 요원하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새로운 무언가로 누군가를 현혹시킬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다음 정부가 반복하지 않도록 수습이 필요한 때다. 무리한, 타협 없는, 고집만 앞세우는 권력의 끝은 역사에서 보듯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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