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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됐든 마음이 됐든, 내가 뭔가 반복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씨익, 웃기로 했다. 물론, 반드시 씨익,하고 웃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빙그레 웃든, 방실거리든, ㅋㅋㅋ 하든 상관없다. 이왕이면 함께 사는 강아지나 고양이에게도 밝고 맑은 미소라는 느낌을 주는 정도면 좋겠다.
이것은 어디 명상 교본이나 거룩한 분의 강좌 말씀에서 나온 법설과는 거리가 멀다. 그냥 스스로 한 나와의 약속이다. 이런 약속꺼리를 만든 동기? 굳이 동기를 말하라면, 명상의 일상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고민하다 만든 방편이다. 자아성찰 즉, 알아차림과 밝은 미소의 동시 패션! 일상 수행과 구체적 행복의 연기적 시너지! 이런 건 없을까. 궁리 끝에 만들어진 생활 명상 방편이다.
나는, 이왕 일상 속 명상을 타인들과 나누며 살기로 했으니 함께 나눌만한 ‘자아성찰 방법’을 늘 생각하게 된다. 이런 방편을 만드는 원칙은 딱 하나다. 시중에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명상 방법보다 재미있고 의미 있으며 너무나 단순해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으면 된다.
이 작업에는 이름도 하나 붙여주었다. 거창하지 않고, 누구나 알기 쉽고, 흥미를 가질만한 이름은 없을까. 그래서 명패를 달았다. ‘알아차림 미소 게임’, 줄여서 ‘알미게,‘ 좀 장난스럽긴 해도 알아차림의 근력 키우기에 도움이 되고, 당신이 혼자서 씨익, 웃을 기회를 자주 만들 수 있는 작명에 초점을 맞췄다. 아무튼 나는 엄숙한 것, 무거운 것, 하던 대로 계속 하고 있는 것은 싫다. 명상이라고 통칭하는 자아 성찰 작업도 마찬가지다.
나와 세상을 돕는 ‘아름다운 환자’가 될 수 있다
‘알미게’의 연습 방법은 이렇다. 당신이 늘 하던 행위나 생각이나 태도를 ‘지금 이 순간’에 또 취하고 있음을 알게 된 순간, 씩, 하고 웃는 것이다. 그뿐이다. 그 순간 성공이다. 다른 일도 아니고 ‘씩,하고 입꼬리에 가볍게 탄력을 주는 행위가 마침표다.
지금 연습 해보자.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칼럼이 교재다. 당신은 지금 ‘이제까지 하던 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칼럼의 낱말들을 읽어 가고 있을 것이다. 설마 거꾸로 읽어가고 있지는 않으시겠지. 지금 ‘이 순간’, 시선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고 있음을 알았는가. 좋다. 바로 이때 씩, 하고 웃는 것이다. 오케이! 끝이다.
당신은 자신이 이 칼럼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고 있음을 ‘새삼스레 발견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자신에게 미소와 즐거움이라는 선물을 부여했다. 쉽지 않은가. 그런데 당신이 만약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가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읽어갔다면? 어쩌면 당신은 살아온 동안, 그렇게 해왔다. 이러한 인지작용 즉, 알아차림의 필요성조차 느낀 적 없었을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하면, 나라고 하는 ‘존재의 기계화’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살아온 것이다. 당연하다. 그래도 생명 유지에 하등 불편함이 없었다. 그렇게 살아도 ‘나’라는 존재가 어디로 사라진 적 없었다. 그런 하찮은 것까지 일일이 알아차리면서 어떻게 생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는 동안 나라는 생명체는 기계화를 강화해간다. 그렇잖아도 기계는 사람처럼, 사람은 기계처럼 돼가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고 한탄하거나 두려워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당신이 지금처럼 자각 없는 반복을 거듭한다면 자동화와 기계화로 치닫는 것은 당연하다. 기계의 가장 큰 특징? 당연히 패턴의 반복이다. 했던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버릇, 같은 태도만 견지하는 고집, 같은 상황에서 어김없이 터지는 분노, 끊임없이 주워담기만 하는 욕심. 이런 반복의 결과가 노년에는 어떤 병증을 유발하게 되는지, 벌써 이해하셨을 것이다.
‘알아치림 미소 게임’은 내 심신의 기계화에 대한 행복하고 유연한 대안이다. 어제 같은 이번 생, 오늘 같은 다음 생의 반복을 두고 불교에서는 ‘윤회’라고 한다. 생과 사의 반복은 차치하고서라도 오늘 하루 경험하는 일 속에서도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가 계속 이어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당신은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한다. 들었다 놨다도 반복하고, 만났다가 헤어졌다도 반복한다. 그뿐인가. 생각이나 감정은 몸보다 훨씬 민첩해서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수십, 수백 회를 돌린다. 아예 그 사람 생각 속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돌리고 돌리는 쳇바퀴 인생. 당신이 만약 사소한 반복을 알아차릴 때마다 미소 짓기로 작정하고 실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자리에 없는 친구 험담을 하다가 씨익, 멋쩍게 웃을 일이 생길 것이다. 턱을 괴고 있다가도 풀썩 웃게 될 수도 있다. 동료들하고 대화하다가 어느새 조용히 미소만 띠고 있기도 한다. 일어난 한 생각을 이리저리 굴리다가도 퍼뜩, 미소짓게 될 것이다.
어떻게 될까. 단순히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반복현상에만 초점 맞춰서 ‘알아차림 미소 게임’을 한다면, 당신은 차츰 더 자주 미소 짓게 될까 아니면, 덜 하게 될까. 정답은? 아마 ‘알미게’를 하기로 작정한 이전보다 더 자주 웃을 것이다. 자연스런 현상이다.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있는 나는 지금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자판을 두드리고 있음을 알지 못했던 나는 그저 심각하거나 권태로운 표정으로 모니터에 시선을 꽂고 있었다. 이 차이가 드러나서 미소로 승화될 터이다.
만약 당신이 자신의 몸에 바깥 공기가 들랑거리는 현상을 알아차린다면? 이것은 작은 사건이 아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 호흡만큼 끈질기게 반복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매 순간 반복하는 호흡 현상을 발견하면 당신은 입 주변에서 미소를 내릴 수 없는, 아름다운 환자가 된다. 더군다나 미소라는 알아차림의 승화는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심신의 이완을 생성해낼 것이다. 아시다시피 이완으로 인한 승화는 쌓이거나 누적되는 현상을 일컫는 게 아니다. 사라짐을 의미한다. 굳이 말하자면, 바이러스처럼 사라진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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