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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첫 우승 후 LPGA 대세로
/선수 시절부터 해비타트 운동 후원
/뜻 깊은 일 하기 위해 은퇴 서둘러
/아프리카 220개 마을 물부족 해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28년간 활약하며 34승을 거뒀던 미국의 벳시 킹은 은퇴 후에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맹렬 여성이다. 그는 선수시절에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인 해비타트 운동에 적극적이었으나 은퇴 후에는 주로 아프리카에 머물며 빈곤 퇴치 및 맑은 물 공급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그의 나이 67세가 무색할 정도다.
1977년 LPGA 회원이 된 킹은 아마추어 시절에는 그야말로 별 볼일 없는 선수였다. 1976년 그의 나이 22세 때 처음 출전한 제41회 US여자오픈에서도 성적은 바닥권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이렇다 할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학 4년을 모두 마친 뒤에 간신히 프로에 데뷔할 수 있었다.
매년 우승, LPGA 간판선수로 성장
1977년 프로에 들어와서도 그는 무명의 그늘 속에 갇혀 있었다. 걸핏하면 컷 탈락이었다. 그러나 데뷔 7년만인 1984년 3월 켐퍼여자오픈 우승 이후 확 달라졌다. 이 해에만 3승을 거둔 킹은 이후 매년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LPGA의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전했기 때문이었다.
킹은 이후 LPGA의 ‘대세녀’로 자리매김했다. 1984년부터 1989년까지 5년 동안 그는 총 20개 LPGA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 기간에 그는 남녀 통틀어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주인공이 됐다. 특히 1989년에는 US여자오픈과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등 메이저 2승을 포함해 무려 6승을 거머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에게 골프는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레딩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별 어려움 없이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하게 된 킹에게 골프는 돈벌이 수단이 결코 아니었다. 이를 발판 삼아 사회에 유익하고 좋은 일을 해 보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래서 1995년 30번째 우승으로 세계 골프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킹은 보다 보람 있고 뜻 깊은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에 사로 잡혔다. 많은 갤러리가 찾는 LPGA투어 대회 기간에 그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으로 널리 알려진 해비타트 주택 건설 프로젝트를 조직하기에 이르렀다. LPGA 사무국과 협의해 무려 8년간 대회장에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해비타트에 자신이 직접 후원했다. 그는 주로 옛 소련권 국가의 구호기관들과 일하며 집짓기 자선활동을 펼쳤다. 현장을 방문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작업복을 입고 구슬땀을 흘려가면서 집을 짓기도 했다. 전에 없는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유니세프 등 많은 국제 구호단체가 있지만 해비타트는 주거구호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말 그대로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사람들에게 집을 고쳐주는 일이다. 이 단체의 특징은 인간의 의식주 중 가장 값비싼 존재인 ‘주거’를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아프리카 물 부족 해소 운동에 앞장
집짓기 구호활동으로 큰 보람을 느낀 킹은 은퇴를 서두르게 된다. 그가 필드를 떠난 것은 50세였다. 미국과 유럽 대륙 간의 여자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무려 5번이나 출전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39번이나 우승을 했다. LPGA 최초로 통산 상금 500만달러를 돌파했던 킹은 골프에서 이룰 것은 웬만큼 다 이루었다.
명예의전당 회원이기에 언제든지 경기에 나설 수 있었지만 더 늦기 전에 자신이 하고픈 일에 몰두하고자 했다. 여자골프 선수로서가 아니라 보다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나선 게 아프리카 물 기근 해소 프로젝트였다. 선수시절 말년에 에이즈 퇴치 운동에도 앞장서 아프리카를 가끔 찾았던 킹은 르완다를 방문해 그곳 주민들의 잔혹한 생활상을 보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무엇보다도 먹을 물이 없어 죽어가는 현장을 목격하고 은퇴 직후인 2007년 ‘골프 포어 아프리카(golf fore Africa)’라는 비영리 자선 단체를 직접 구성해 이 사업에 전념해 오고 있다. ‘골프 포어 아프리카’ 본부는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 있다.
이 사업은 오로지 후원자들의 기부에만 의존한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거대한 사업이기 때문에 혼자만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그는 동료 선후배들의 후원을 받아 아프리카 대륙의 극심한 물부족 현상을 해결해 왔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였다. 킹은 1년 중에 반 정도는 아프리카에 머물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면서 물 공급에 앞장서고 있다. 마을에 물이 공급되면 식수는 물론이고 더 나은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고, 이를 시장에다 내다팔 수 있어 이전에 갖지 못했던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킹의 생각이었다. 신선한 물의 공급을 통해 식수를 해결하고 마을의 경제성까지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동료 선수들도 킹의 숭고한 뜻에 합류
10여년에 걸친 킹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르완다를 포함해 잠비아 등 아프리카 220개 마을에 지하수를 개발해 깨끗한 물을 가져다주어 그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었다. 킹의 예상대로 마을은 소득이 높아졌고, 활기가 넘쳐났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킹은 매년 20만달러 이상의 거액을 기부하고 있지만 이 돈으로는 사업을 펼쳐 나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때로는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자선골프대회도 개최한다. LPGA의 많은 선수들을 직접 데려가 아프리카의 잔혹한 실상을 보게 했고, 킹의 이러한 숭고한 뜻은 LPGA에도 전파돼 많은 선수들이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노장 줄리 잉스터, 스테이시 루이스, 에이미 올슨, 스웨덴의 아니카 소렌스탐 등 20여명이 ‘골프 포어 아프리카’ 운동에 합류했다. 그러나 LPGA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이 운동에 가담하고 있는 선수는 이일희뿐이다.
‘르완다의 어머니’로 불리는 킹은 요즘에는 잠비아 서부지역 주민 20만명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사업을 열심히 전개 중이다. 앞으로 5년간 1000만달러를 모금해 물 공급을 하겠다는 게 킹의 약속이다. 그가 이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녀의 아름답고 거룩한 뜻이 반드시 열매를 맺어 성공을 거두기를 멀리서 응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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