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호 이사금과 신라 유리왕에 얽힌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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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8-25 12:15:27

이사금→니슨금→닛금→니은금→임금

신라 3대 유리왕은 백제계인 2대 남해왕의 태자이다. 재위기간은 서기 24년~57년까지 34년간이다. 그런데 유리왕은 남해왕의 차차웅(次次雄) 왕호가 아닌 이사금(尼師今) 왕호를 사용한다. 이사금 왕호는 이후 김씨왕조 17대 내물왕이 마립간(麻立干) 왕호를 사용할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김대문의 설명에 의하면 이사금은 치리(齒理·이빨자국)에서 유래한 방언이다. 이질금(尼叱今·爾叱今) 또는 치질금(齒叱今)이라고도 한다. 이사금은 ‘니슨금’, ‘닛금’, ‘니은금’이 변천하며 오늘날 왕의 칭호인 ‘임금’도 이사금에서 유래한다. 고대 부족사회에서 이빨(齒)로써 현우(賢愚·현명함과 어리석음)를 가려 족장을 뽑는 풍습에 따른다.

6부 명칭 변경, 초기 신라의 이동

유리왕의 치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6부의 명칭 변경이다.

진한 6촌은 신라 건국의 핵심세력이다. 중원왕조 진(秦)의 유민집단 출신으로 낙랑지역(평안남도)에 선주한 세력이다. 그러나 뒤늦게 한반도로 들어온 한(漢)의 유민집단에 밀려 낙랑지역을 내주고 남하를 서두르던 차에 일부 세력(진한6촌)이 경기 북부지역에서 박혁거세(파소) 집단을 만나 의기투합해 서라벌(신라)을 건국한다. 이후 이들 촌(村)은 부(部)가 되며 서라벌 지배계층으로 자리 잡는다.

유리왕의 서라벌은 충북내륙지역

유리왕의 6부 명칭 변경은 서라벌의 정착지가 또 한번 이동한 사실을 설명한다. 처음 경기 북부지역에서 출발한 박혁거세가 또 다른 남하세력인 진한낙랑에 밀려 경기 남부지역(여주)로 이동했다가 다시금 백제계인 남해왕이 들어서며 유리왕 시기인 서기 32년(유리왕 9년)에 충북 내륙지역(충주)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6부의 명칭이 전후(前後)가 완전히 다른 이름을 갖게 된다. 새로운 정착지의 이름으로 바꾼다.

두 번째는 관등정비이다. 기록은 17관등을 일괄해서 정비한 것으로 나온다. 1.이벌찬, 2.이척찬, 3.잡찬, 4.파진찬, 5.대아찬, 6.아찬, 7.일길찬, 8.사찬, 9.급벌찬, 10.대나마, 11.나마, 12.대사, 13.소사, 14.길사, 15.대오, 16.소오, 17.조위 등이다. 다만 이들 17관등은 유리왕 시기에 몇 개 정도는 만들어져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되며 정비된다.

이빨자국 경쟁자는 석탈해가 아니다

유리왕 시기 신라는 낙랑과 맥국을 만난다. 낙랑은 진한낙랑으로 서라벌(신라)과 마찬가지로 한(漢)의 유민집단에 밀려 남하하는 세력이다. 이 중 5000명이 서라벌로 귀화하는데 이들은 박혁거세를 밀쳐낸 진한낙랑의 적대세력이 아닌 또 다른 우호세력이다. 맥국은 강원도 춘천지역에 소재한다. 이는 유리왕 시기 서라벌의 소재지가 충북 내륙 지역임을 말하는 또 하나의 증거이다.

유리왕과 석탈해가 남해왕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한 이야기가 『삼국사기』에 나온다. 떡을 깨물어 이빨자국이 많은 자(연장자)가 후계자가 되는 게임이다. 기록은 석탈해를 남해왕의 사위이며 대보(국무총리)로 설정한다. 당연히 연장자인 석탈해가 왕위를 이어야 한다. 그러나 연소자인 유리왕이 왕위를 잇는다.

이는 무엇 때문인가. 유리왕과 이빨자국으로 왕위 경쟁을 벌인 사람은 석탈해가 아니다. 당시 석탈해는 경주지역의 사로국 왕이다. 결코 남해왕의 사위도 서라벌의 대보도 될 수 없다. 다만 『삼국사기』는 석탈해를 신라 4대왕으로 편입하면서 엉뚱하게 유리왕이 석탈해와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정리한다. 유리왕은 ‘용의 출현(쿠데타)’으로 사망한다. 아버지 남해왕이 쿠데타를 일으켜 박혁거세의 왕위를 찬탈했듯이 이번에는 유리왕이 누군가에 의해 역으로 쿠데타를 당하며 왕위를 빼앗긴다. 그러나 이 왕은 아쉽게도 신라의 왕력에서 빠진다. 석탈해가 신라 4대왕으로 편입되면서 치세마저 모두 석탈해가 가져간다.

그런데 유리왕과 이빨자국 경쟁을 벌인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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