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 민영기, 구멍난 실적 고객전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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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롯데제과 제품가격 인상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8-26 00:02:34

최근 롯데제과가 카스타드, 롯샌, 빠다코코낫, 제크 등 11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2.2%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ABC초콜릿과 꼬깔콘의 경우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양을 줄이기로 했다. 롯데제과 측은 가격인상 배경에 대해 최근 식품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이 지속되면서 원가부담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 아래 가격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얼핏 보면 납득할만한 이유다. 코로나19 등 요인으로 유동성이 확장되고 산업계 전반에 각종 잡음이 일면서 원자재 값 인상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인건비 부담이 확대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롯데제과 공시에서 확인 가능한 실적과 비용지출 내역 등은 롯데제과가 주장하는 원가부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공시를 살펴보면 연결기준으로 롯데제과의 매출원가는 6701억원이다. 매출원가는 판매된 상품의 생산원가 혹은 구입원가를 의미하며 영업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전년 동기 6597억원에서 1.6% 가량 늘었다. 원가부담이 일정부분 확대됐다는 해석은 가능하지만 가격인상이 필요할 정도로 부담이 커졌다고는 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실적이 개선됐다. 상반기 롯데제과는 1조171억원의 매출과 5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실적인 매출 9987억원, 영업이익 438억원 등에서 모두 개선됐다. 영업이익이 확대됐다는 것부터가 원가 인상에 따른 부담을 상쇄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1년 실적을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2조760억원의 매출과 11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도 실적인 매출 2조930억원, 영업이익 973억원 등과 비교했을 때 외형이 소폭 줄었지만 이익규모가 16% 가량 뛰었다. 이런 가운데 매출원가는 1조3910억원에서 1조3568억원으로 감소했다. 실적이 개선되고 원가부담도 줄었다는 얘기다.

결국 롯데제과가 제시한 가격인상의 근거는 억지로 찾은 구색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가격인상을 단행한 지 시간이 꽤 흘렀기에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원가부담의 크기도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를 즉각 소비자 부담으로 떠넘겼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롯데제과가 2018년 빼빼로와 목캔디의 가격을 인상했다는 점도 생각해야할 부분이다.

국내 제과시장은 전형적인 독과점 시장이다. 롯데제과를 비롯한 오리온, 해태제과, 농심 등 소수업체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선택권이 많지 않은 소비자는 특정 업체의 가격인상이 곧장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가격인상을 꽤한 업체는 그만큼의 이윤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롯데제과의 가격인상 결정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롯데제과는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의 경영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허 부회장은 2014년 취임 후 단 한 번도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대신 과대 포장을 줄이고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은 유지하면서 과자량을 늘렸다. 허 부회장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식품업계의 제품가격 인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서도 오리온은 국내 제품 가격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앞서 그랬듯, 이번에도 비용 효율화 작업으로 원가인상에 따른 부담을 상쇄하겠다고 밝혔다.

오리온의 노력은 원가절감에서 그치지 않는다. 신제품 개발이 무척이나 힘들다는 제과업계에서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최근 ‘꼬북칩’이라는 히트작을 낸 게 대표적이다. 반면 롯데제과는 2006년 출시된 ‘드림카카오’ 이후 번뜩이는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실적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제과업계 1위였던 롯데제과는 민명기 대표체제에서 지난해 결국 오리온에게 1위 자리를 뺏겼다.

오리온과 롯데제과 수장의 경영철학 차이가 성패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 부회장은 기업이 적정 이윤을 남기고 나머지는 소비자에게 전부 환원해 소비자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벌이보다 소비자 가치를 우선시한 셈이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작은 차이가 결국 큰 차이를 만든다. 당장 실적 개선에 급급해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 부담을 떠넘기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일지 민 대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