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농협’ 명성 찬물 끼얹는 김인태의 촌티경영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농민 넘어 국민의 금융기업 발돋움한 농협조합중앙회
여성외면·계열사의존 등 농협생명 ‘반ESG 경영’ 도마
농협 차원의 대대적 쇄신작업 필요, 인적쇄신 고민도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8-30 00:02:16

농협의 정식 명칭은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또는 ‘농업협동조합’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농협의 태생은 농촌이다. 농업 진흥 및 지원을 목적으로 처음 만들어진 이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농업관련 협동조합 중 세계 최고 규모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농업 진흥을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가 경제적 지원인 만큼 농협이 영위하는 금융 사업 규모는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심지어 농협 자체를 민간 금융사로 알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국 수백만명의 농민이 주인이자 고객이다 보니 농협에 대한 농민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우스갯소리로 “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만 가도 은행은 농협 하나인 줄 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농협 또한 주인이자 고객인 농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조직의 투명한 운영, 기업 이미지 제고 노력, 실적개선을 통한 주주·조합원 가치 극대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덕분에 농협의 명성은 과거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다. 오랜 기간 쌓아 올린 신뢰 덕에 일반 국민에게도 세련된 금융기업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농협의 신뢰감 있는 세련된 이미지는 농업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탈출구자 미래성장 동력으로 주요하게 작용했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 농협’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가 등장해 금융권 안팎의 우려를 사고 있다. 계열사의 시대착오적 행보가 농협이 힘겹게 쌓아 올린 긍정적 이미지를 갉아 먹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의 계열사는 생명보험업을 주력으로 하는 NH농협생명보험(이하 농협생명)이다. 이곳 수장인 김인태 사장은 글로벌 대세이자 국내 금융권의 핵심가치로 급부상한 ESG경영과는 어긋난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평가하는 ‘Social(S)’ 부문에선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측면만 보더라도 지난 2분기 농협생명의 ‘보유계약 10만건 당’ 전체 민원건수는 10.26건에 달했다. 전 분기 9.49건에서 8.11% 가량 늘었다. 2분기 업계 평균 보유계약 10만건 당 민원건수는 8.59건으로 전 분기 8.98건에서 4.34% 가량 줄었다.

여성인재 발굴에도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농협생명 내 부사장보 직급 이상(사외이사 포함)의 임원 숫자는 18명에 달하는데 이 중 여성은 단 1명뿐이다. 작년까진 단 1명도 없다가 올해 처음 여성 임원이 선임됐다. 일반 여성직원에 대한 처우 역시 남성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여성 1인 평균 연봉은 7800만원으로 남성의 1억1100만원에 턱없이 못 미쳤다.

농협생명은 불안전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과도한 방카슈랑스 의존’ 문제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실적 대부분을 방카슈랑스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역 농협을 찾는 순박한 농민들을 대상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식의 영업행위를 지속해 오고 있는데 그 비중은 과거에 비해 더욱 커지고 있다. 농협생명의 신규고객 모집경로 중 방카슈랑스 비중은 2019년 말 91.7%에서 올 2분기 97.3%까지 급증했다.

농협생명의 최근 모습은 하나 같이 사회가 요구하는 보험사, 혹은 기업과 크게 어긋나 있다. 특히 일부 지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부정적인 측면이 강해졌다는 점에서 김 사장은 그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농협 안팎에선 김 사장이 과거의 구시대적 경영을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사장의 경영행보는 농협이 추구하는 모습과도 분명 다른 측면이 많다. ESG경영을 통해 농민을 넘어 국민의 농협으로 발돋움하려는 농협중앙회장과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포부와도 어긋나 있다. 오히려 정반대의 행보로 그동안 쌓아 올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이 지속될 경우 마치 농협 전체가 ESG에 관심이 없는 양 오해받을 수 있다. 수년에 걸쳐 간신히 벗어던진 ‘촌티농협’의 이미지가 다시 덧입혀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농협생명에 대한 농협 차원의 대대적인 쇄신작업이 시급하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