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됐던 호주인 “외국인 유학생 엄격한 통제·감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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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동숙생, 외국인 학생들의 소지품·휴대폰 기록 살펴
시글리 “북한 체제, 모두의 생각보다 단순하지만은 않아”

임소율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8-30 16:14:46

▲ 2019년 7월 4일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유학 중 연락이 두절됏던 호주 유학생 알렉 시글리가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북한에 억류됐던 호주 유학생이 북한 내 외국인 유학생 실태와 관련된 글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시글리는 약 1년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 문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북한에 체류했던 유일한 호주인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2019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호주 유학생 알렉 시글리(31)는 북한 내 외국인 유학생들이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며, 다만 일시적인 방문객보다는 북한을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밝혔다.

시글리는 ‘아시아태평양 인류학 저널’에 ‘낙원에서의 체류: 북한의 외국인 학생들의 경험’이라는 학술지에서 북한 내 외국인 유학생들의 삶을 분석했다.

학술지는 시글리가 북한 김일성대학에서 유학할 당시인 2018년부터 2019년 2년 간 러시아 유학생 1명과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1명, 중국인 유학생 2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그 내용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자국민들과 외국인 방문객들 사이에 엄격한 사회적 통제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과 외국인 사이의 교류가 제한되고 북한의 선전선동에 방해되는 정보의 흐름도 차단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 당국의 사회적 통제에서 북한 내 외국인 유학생들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북한 내 외국인 유학생들은 도시 내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현지 학생과 교수들과도 생활하면서 북한을 포괄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감시로 인해 외국인 유학생들이 북한인 교수와 학생들과의 교류가 관계가 매우 친밀해지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시글리는 외국인 학생들이 북한 학생과 교수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으나 성과가 별로 없었다고 전했다.

게다가 북한 내 외국인 학생들은 학교에서 북한의 선전선동에 호응하는 글을 쓰고 발언하며 사상적 활동 등에 참여해도 마음과는 달리 겉으로만 북한 당국을 따르는 척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예로 한 학생은 “북한의 개인숭배에 참여하면서 내 양심에 거슬리는 글을 너무 많이 썼다”고 했으며, 또 다른 학생은 “북한의 과장된 글을 읽으면서 웃음을 참고 무표정을 지키느라 애썼다”고 전했다.

시글리는 북한 내 학교 기숙사 생활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숙생’이라고 불리는 북한 학생들은 외국인 학생들의 이동 감시는 물론 소지품을 뒤지고 휴대폰 기록을 살피는 등 북한 당국의 ‘정보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체제가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번 글을 썼다고 밝혔다.

시글리는 북한에서 체류하는 동안 직접 만난 많은 북한인들은 사랑이 많은 보통 사람들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며, 북한 내 주민들이 극도로 억압적인 정권 아래 살고 있으나 결국 사람은 다 같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글리는 2019년 6월 유학생 신분을 이용해 간첩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가 9일만에 석방됐다. 현재 그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현대 사상과 문학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소율 기자 sy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