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기형적 과금 모델, 바꿀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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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View]-게임 업계 과금 논란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02 00:02:30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얼핏 보기에 그만한 가치가 없는 물건이라도 비싼 가격을 주고 사려는 사람이 있다면 높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다.

확률형 아이템으로 대표되는 과금 모델이 생겨나기 전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최대 한 달에 1만9800원이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었던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한 달 정액 비용이 1만9800원이었다. 게이머들은 와우보다 비싼 게임을 할 바에는 와우를 하려고 했다. 때문에 게임의 한달 정액 비용은 대부분 1만9800원 이하로 유지됐다.

물론 리니지 아이템 ‘진명황의 집행검(집행검)’이 3000만원에 거래된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3000만원짜리 집행검은 게임 회사가 아닌 유저들 사이의 거래였고 리니지에서만 발생하는 특수한 사례기 때문에 그런 일도 있다고 하는 선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과금 모델이 점점 발전하고 이기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 ‘pay to win’ 방식이 받아들여지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비용은 점점 증가했다. 게임을 하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지만 게임 내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고 만족스러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몇십만원 정도는 기본이고 몇백, 몇천만원을 써야 되는 경우도 늘어났다. 지금 게임의 가격은 사실상 최소 수십만원이다.

게임사들의 과금 유도가 지나치다고 보는 비판은 하루 이틀 만에 나오지 않았다. 소비자들도 여기에 충분히 동감했지만 그들은 남들보다 강해지기 위해 기꺼이 돈을 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현재의 가격 수준은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흐름은 게임사들의 수익 증대로 이어졌다.

일부 유저들이 한번 게임을 사고 나면 다음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콘솔 게임으로 이동하는 등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게임사들의 매출은 계속 유지됐고 막대한 수익을 벋어 들이는 사업 모델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게임사들은 계속해서 과금을 유도했다.

이러한 공고한 사업 모델이 올해 초 트럭 시위 사태 등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메이플스토리’, ‘리니지 등을 플레이하던 유저들이 게임사의 운영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불매 운동에 나섰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발매한 ‘블레이드&소울 2’는 리니지와의 유사성 논란과 함께 과금 모델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며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엔씨소프트는 부랴부랴 과금 모델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으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그동안 게임사의 수익을 보장하던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은 더 이상 게임에 거액을 쓰고 싶지 않아 한다. 게이머들의 수요에 의해 오른 가격은 수요가 떨어진다면 내려가는 게 당연하다. 과금 모델을 개선해 실질적인 게임의 가격을 내릴 때가 왔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검증된 사업 모델을 바꾸는 것은 커다란 모험이다. 당장의 매출 하락도 감소해야 한다. 소탐대실이라고 하기에는 작지 않은 금액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지금의 과금 정책을 고수하다가 과금에 대한 수요가 아예 없어진다면 당연히 수익도 없어진다. 기형적인 과금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한국 게임 산업에 미래는 없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