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여의 5세 단군이 된 의병장 고두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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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헌식의 대고구리

동명국 자칭한 고두막한의 의병단, 한나라와 전투서 연전연승
‘天帝’ 자칭했던 고두막한, 동명국왕에서 북부여 단군에 올라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9-02 11:20:31

일명 한사군전쟁 당시 우리 땅에 존재했던 나라는 조선의 정통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북부여였다. 조선은 줄곧 진한·마한·번한의 삼한 또는 진(眞)조선·마(馬)조선·번(番)조선의 삼조선으로 나뉘어 통치되다가 북부여 때 번조선의 정권이 중국인에게 넘어감으로써 상당히 위축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사군(四郡)을 설치하려는 한나라의 세력 확장을 막아낸 자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북부여가 보낸 관군(官軍)이 아니라 바로 동명(東明)국을 자칭한 고두막한이 이끄는 의병(義兵)들이었다.

소수의 의병에서 출발한 고두막한은 지역주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사군 설치 이후 약 20년간 한나라와의 전투에서 연전연승할 수 있었다. 지역주민이라 함은 바로 번조선 땅에 살면서 한나라 사람 되기를 거부한 민초들이었다.

연전연승하면서 동명국이 얼마나 강성해졌는지 이제는 아예 상국 북부여를 접수하기에 이른다. 그럴 정도로 세력이 커졌다는 말은 번조선의 대부분 주민들이 동명국에 합류해 한나라 세력을 이 땅에서 몰아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밖으로 한나라와 대치하면서 내부를 정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부여기』에 따르면 B.C 87년 10월 고두막한이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북부여의 고우루 단군에게 사람을 보내 “나는 천제(天帝)의 아들인데 장차 이곳에 도읍을 정하고자 하니 왕은 이 땅에서 옮겨 가시오”라고 위협하자 단제는 마침내 근심걱정으로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어 동생 해부루(解夫婁)가 즉위했는데 동명왕이 여전히 군대를 보내 계속 위협했다. 이때 국상 아란불이 “가섭원(迦葉原)은 토양이 기름져 오곡이 풍성하니 도읍할만합니다”고 권유해 도읍을 옮기니 이를 동부여(東夫餘)라고 한다. 이는 『삼국사기』 고구려국본기 초입에 언급된 (동)부여 해부루 왕 이전 이야기이다.

또한 『북부여기』의 5세 고두막 단군조에 “을미(B.C 86) 북부여가 성읍을 들어 항복하자 북을 치며 나팔수를 앞세우고 수만 군중을 이끌고 도성에 들어와 북부여라 칭했다”는 기록이 있다. 북부여가 민족의 새로운 영웅 고두막한에게 힘이 부쳐 어쩔 수 없이 항복했음을 알 수 있다.

창업 20년밖에 안 되는 일개 동명국왕이 종주국인 북부여의 단군을 감히 왕이라 부르면서 스스로를 천제(天帝)라고 칭한 것을 보면 그 힘이 얼마나 막강했는지를 알 수 있다. 만일 고두막한이 한나라와의 싸움에서 졌더라면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후 고두막한은 동명국의 왕이라는 직함을 버리고 북부여의 5세 단군으로 등극했다. 그 이유는 당시 20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의 정통성을 북부여가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이다. 민족의 맥은 배달국→조선→대부여→북부여→고구리로 이어졌다.

식민지 한사군은 허구의 기록

당시 낙랑·현토·임둔·진번의 한나라의 식민지 군현은 설치되지도 않았겠지만 설사 설치됐더라도 단기간 내에 와해됐을 것이다. 식민지 한사군이 설치되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기록이 또 있으니 그것은 바로 『사기』의 마지막 구절이다.

“좌장군(순체)이 돌아오자 공을 세우려고 다투고 서로 시기해 계획을 어긋나게 한 죄를 물어 기시(棄市)에 처했다. 누선장군(양복)에게는 병사를 거느리고 열구(洌口)에 이르렀다면 마땅히 좌장군을 기다렸어야 했음에도 제멋대로 먼저 군사를 풀어 많은 병사들을 잃어버린 죄로 주살함이 마땅하나 속전(贖錢)을 받고 서인(庶人)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