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사지 내몬 홍원식 ‘악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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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07 00:02:40

문학적으로 ‘거짓된 행동’이나 ‘동정심’을 얻기 위해 흘리는 눈물은 ‘악어의 눈물’에 비유되곤 한다.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 악어의 신체 구조상 입을 움직이는 신경 계통과 눈물샘의 신경 계통이 연결돼 있다보니 입 안의 수분을 보충하는 과정에서 눈물도 함께 나온다. 사람이 하품할 때 눈물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위선적 행동을 비유할 때 종종 사용된다.

홍 회장이 눈물의 대국민 사과를 통해 회장직 사퇴는 물론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권도 세습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약 4개월이 지났다. 홍 회장은 여전히 남양유업 회장을 맡고 있고, 지분 매각 약속마저 돌연 철회했다.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해임됐던 장남 홍진석 상무는 홍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지 20여일 뒤 조용히 복직했고, 차남 홍범석 상무도 같은 날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했다. 지금까지 홍 회장이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 중 지켜진 게 단 하나도 없다. 홍 회장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홍 회장의 행보는 그나마 회복될 기미를 보였던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또 다시 무너뜨리고 있다. 남양유업의 주가를 보면 홍 회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얼마나 높은지 엿볼 수 있다. 5월 27일 홍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지분 매각을 발표한 이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27일까지만 해도 43만9000원이었던 남양유업 주가는 다음날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57만원으로 오른데 이어 다음 거래일에도 23% 올라 70만원을 찍었다. 7월 1일에는 장중 한 때 81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남양유업을 둘러싼 오너리스크 악재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주가는 7월 들어 또 다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남양유업의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홍 회장이 눈물의 기자회견까지 해놓고 매각 결정을 다시 철회할 거라는 예상을 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연 홍 회장은 7월 30일 예정됐던 임시주총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계약 종결을 위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앤컴과 조율하고자 노력하는 중이라는 게 홍 회장의 설명이다. 그러자 주가는 다시 내려앉기 시작했다. 홍 회장의 매각 의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결과였다. 당시만해도 홍 회장이 매각 철회 의사를 직접 밝히진 않았음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결국 지난 1일 홍 회장이 법률대리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6일 기준 남양유업의 주가는 48만7000원으로 장마감했다. 매각 철회를 밝힌 1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하면서 결국 남양유업의 주가는 홍 회장이 매각 의사를 밝혔던 지난 5월27일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남양유업을 둘러싼 홍 회장 일가의 오너리스크에 대한 기대와 우려만으로 4개월 동안 주가가 70% 넘게 올랐다가 하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그만큼 남양유업에 홍 회장 일가의 오너리스크가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주가가 기업가치의 모든 걸 보여줄 순 없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가장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주가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남양유업 매각이 불발되고 소송전으로 비화하자 떨어지기 시작한 주가만 봐도 그렇다. 당분간 법적 공방이 펼쳐지는 만큼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에도 홍 회장이 남양유업 회장직을 유지하는 시간은 더 길어지게 됐다.

올해 2분기까지 남양유업이 35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를 기록하는 동안 홍 회장은 상반기 보수로만 8억800만원을 챙겼다. 홍 회장이 진정성을 갖고 남양유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끌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오너경영이 가진 장점이 많지만 남양유업의 경우 홍 회장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막을 수 있는 내부견제 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오너일가가 기업가치 향상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경영을 일삼는다고 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하다는 얘기다.

홍 회장 스스로 뱉은 대국민 사과 내용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남양유업을 신뢰할 소비자와 투자자가 존재할 리 만무하다. 국내에서 8년이 넘도록 장기간 불매운동에 시달린 기업은 남양유업이 거의 유일하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부정적 이슈로 인해 남양유업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한 번 잃은 신뢰를 되찾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남양유업 생존을 위해서라도 홍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