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조기 도입’ 누굴 위한 교육실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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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공약…예정보다 2년 앞당겨 시행
대학 입시제도와 엇박자 ‘교육현장 大혼란’
교원 수급·교육 격차·인성교육 부실 우려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07 00:02:02

임기 8개월 남짓 남은 문재인정부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험한 실험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교육공약 1호로 내걸었던 ‘고교학점제 도입’을 교육부가 당초 2025년에서 2023년으로 2년 앞당기면서 교육현장에 혼란이 조성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우리 애가 실험대상이 된 것 같다”며 격앙돼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공통과목을 이수한 후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의 학점을 취득·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학교의 수업·학사운영이 ‘단위’에서 ‘학점’으로 전환되며, 학업성취율과 과목출석률에 따라 졸업이 결정된다. 고등학교 3년간 총 이수학점이 기존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바뀌고, 3년간 총 수업시간이 2890시간에서 2720시간으로 170시간 줄어든다.

학점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학업성취율(40% 이상)과 과목출석률(수업횟수의 2/3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학업성취율은 A, B, C, D, E, I 등으로 나뉘며, I(Incomplete·미완료)등급은 최소학업성취 수준에 미달돼 ‘보충이수 대상’이 된다. 졸업이 본질적인 학력으로 인정받는 측면은 있으나, 유급 사태도 예상된다.

취지는 그렇듯 하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고교 과목구조를 개편한다. 그간 주로 특목고에서 개설한 전문교과Ⅰ(과학, 체육, 예술, 외국어, 국제 계열의 심화 과목)을 보통교과로 편제하고, 선택과목을 일반·융합·진로과목으로 편성한다.

정부는 2019년 직업계 112교·일반고 24교 등 136개교에 이미 학점제를 도입했다. 지난해부터는 마이스터고에도 적용하고 있다. 내년부터 전국의 모든 고교를 대상으로 학점제를 부분 도입하고 2025년에는 전면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이야기다. 당초 계획보다 2년이나 앞당겨 시행하는 셈이다.

문제는 대학 입시제도와의 엇박자다. 현 중학교 1, 2학년은 수업은 학점제로 받고 입시는 정시비중 40%인 현행 제도를 따라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대입 제도 개편은 2028학년도에나 적용되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에서 고교학점제 조기 실시가 대통령 공약이행률을 높이기 위한 졸속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앞으로 3년의 준비 기간이 있으므로 차분하게 준비하면 학점제를 둘러싼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교사들은 “3년이 길어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결국 입시를 위한 과목에 학생이 몰리고, 학점제로 인한 부족한 공부는 사교육에 의존할 것이라는 우려다.

과목을 쪼개고 늘리는데 대한 교원 수급도 문제다. 교육부는 교과순회교사·외부강사제 등 학교 밖 전문가를 기간제·시간제 교원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침이나 현실성이 없다. 학교는 기초학업뿐만 아니라, 단체 활동을 통한 인성·사회성교육도 진행되는 곳인데 이를 간과한 측면이 강하다. 또한 시설이 낙후된 지방과 대도시 간의 도농격차는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고교학점제는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불평등만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고, 전교조마저 “제기된 문제들을 해소할 계획 없이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며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검증되지 않은 교육실험보다 아이들과 학부모가 안심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교육제도 개편에 신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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