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작 의혹’ 박지원은 국가정보원장 사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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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6개월 앞둔 야당 후보 상대 工作 냄새
‘정치 거리두기·정치중립 실천’ 약속 공염불
대선 판도 바꾼 제2의 김대업은 ‘이제 그만’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13 00:02:02

“정치공작 할 자신 있습니까. 경쟁 상대를 모함해야 하고, 때론 새빨간 거짓말도 자연스럽게 해야 합니다. 돈은 좀 모아 놨습니까. 정치자금 만들기 위해서 돈 많은 사람 약점 잡아 협박도 해야 하고, 범법자와도 어울려야 하는데 자신 있습니까.” 정년 후 여생을 국가·사회에 봉사하기로 마음먹은 명예교수 A씨가 정계 원로한테 들은 말이다. 물론 선비처럼 살아온 A씨는 정계 입문을 포기했다.

이래서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가 회자한다. 그럼에도 수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여의도를 어슬렁거리며 금배지 달 궁리를 하고 있다. 아울러 금배지 두어 번 달아본 의원들은 기와집에서 집들이 한 번 하고 싶어 안달이다. 취임 세 달 만에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이 나오는 자리이지만 여야 공히 수십 명이 우르르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대통령 선거 대여섯 달 앞두고 늘 터지던, ‘정치공작’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터졌다.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어수룩하다. 속내가 빤히 보여 성공할 것 같지 않다. 변두리 언론의 첫 보도, 정당의 호응, 메이저 언론의 대대적 보도, 경찰·검찰의 수사 개시가 코스다. 이번엔 여당이 공을 들여 만들어놓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물었다는 것 빼고는 과거의 정치공작 순서와 판박이다. 공수처는 유력 야권 대선 예비후보를 벌써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는 민첩함을 보였다.

정치공작은 사전적 의미로 ‘정치적인 이익을 위하여 꾸미는 공작’이다. 공작정치라고도 한다. 과거엔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의 전유물이었으나 근래 들어선 현역 국회의원은 물론 정치색 짙은 기자, 브로커까지 동원됐다. 요즘엔 전·현직 판검사까지 정치공작에 나서 법조인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현직 때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세를 구가하던 장세동·이희성·유학성·안무혁·이현우·김덕·권영해·천용택·임동원·신건·원세훈 등 전직 정보수장들이 정권 교체 후 줄줄이 구속됐다. 이들은 유력 인사 불법 도감청·사찰은 물론 불법 정치자금 모금, 야당 전당대회 방해 등 다양하게 정치공작에 관여했다. 일부는 북한과 연계해 북풍을 유도하는 등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다가 단죄를 받았다.

2002년 대통령선거 땐 부사관 출신 김대업과 설훈 의원이 있지도 않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와 부인 한인옥 씨의 뇌물 10억원 수수설, 이 후보가 방미 길에 최규선 씨에게 20만달러를 수수했다면서 “증거물을 갖고 있다”고 허위사실을 퍼트렸다가 처벌받았다. 하지만 무고로 실형까지 선고받은 설훈은 10년의 피선거권을 박탈당했음에도 어느새 사면 받아 다시 여의도에 들어앉아 있다. 김대업 병풍공작은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이, 한 씨 금품수수는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박지원 현 국정원장이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정치공작은 대선 결과도 바꿔놓았다.

이를 의식했는지 박 국정원장은 지난달 “과거 국정원의 불법 사찰과 정치 개입은 청와대의 부당한 지시는 물론 국정원 지휘 체계에 따라 조직적으로 실행됐다”고 고백하며 철저한 ‘정치 거리두기’ 실천을 약속했다. 아울러 국정원을 또다시 정치로 끌어들이는 그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정치 중립을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최근 불거진 ‘검찰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정 중앙에 있다. 인터넷 매체에 처음 제보한 조성은 씨와 제보 전후 수차례 만난 것이 폭로됐다. 애초부터 국정원장에 안 맞는 사람을 앉힌 게 문제다. 지금이라도 국정원장직에서 스스로 내려오는 게 임명권자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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