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가운데 선 朴국정원장 “왜 거기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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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청부 고발’ 배후 의심 행적 속속 공개
조성은 씨와 대외기밀성 정보 공유 정황도
‘자기정치’ 하려면 국정원장 직분 내려놔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16 00:02:02

국가정보원이 정치를 하고 있다. 베일에 쌓여있어야 하는 대한민국 정보기관 국정원이 정치권의 가장 큰 이벤트인 대통령 선거를 6개월 남짓 앞두고 정치 영역의 한가운데에 들어왔다. 누가 시키거나 불러서가 아니다. 국장원장이 자초했다. 그림자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암행을 해야 하는 정보기관 수장이 몸에 밴 자기정치를 하고 있어서 불거졌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지난해 7월 청문회장에서 정치인의 정보기관 수장 취임에 대한 우려의 시선에 “정치의 정(政)자도 안 꺼내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와 개혁에 매진하겠다. 국정원이 국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올해 2월에는 이명박정부 때의 사찰 자료 공개 지적에 “국정원을 정치 영역으로 다시 끌어들이려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런 박 원장이 벌써 당적을 여러 번 옮긴 30대 여성 정당인 조성은 씨를 올해 2월 국정원장 공관으로 불렀다. 이른바 ‘검찰 청부 고발’ 의혹 제보자 조 씨는 박 원장한테 들었음직한 국정원의 정치인 사찰 뒷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자랑하듯 흘렸다. 박 원장이 “제가 취임한 이후 여성, 청년, 장애인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이 실감난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2월 국회 정보위에서 박 원장이 비공개로 국정원이 정치인을 불법 사찰했는데 그 내용이 공개되면 이혼할 사람이 많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면서 그런데 비슷한 시기 조 씨 SNS에 똑같은 내용이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이 대외기밀성 내용을 조 씨와 공유했음을 짐작케 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즉각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한 방송과 인터뷰 중에 무심코 “(‘검찰 청부 고발’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이 실언성 고백으로 박 원장이 ‘검찰 청부 고발’의 배후임이 밝혀진 셈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쯤 되면 ‘검찰 청부 고발’ 배후로 지목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다.

박 원장은 앞서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 밟느냐. 내가 국정원장 하면서 정치개입 안 한다고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윤석열) 본인한테 유리하다. 내가 나가서 불고 다니면 누가 유리하냐”고 했다. 나아가 “(윤 총장 지인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을 국회에서 내가 제일 먼저 터뜨린 사람이라 모든 걸 잘 알고 있다”고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보 수장과 야권 대선 후보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국정원장으로서 이런 의혹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즉각 사퇴하고 마음껏 하라”고 질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박 원장과 조 씨의 만남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라며 “대선 공정관리와 국정원의 정치 중립을 위해서 박 원장이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국가정보원법을 개정하며 국내정보담당관(IO)의 기관출입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박근혜정부에서 금지시킨 ‘국내 정보 수집’이 가능해진 것이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 발사 등 대남 도발을 강행하고 있다. 군은 사전에 몰랐다고 한다. 국정원이 귀띔이라도 해줬어야할 내용이다. 존재 이유였던 간첩 잡는 일마저 경찰에 넘겨주기로 한 마당에 국정원의 존재 이유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국정원을 없애라는 북한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의도적 정치 개입은 아닌지 그것마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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