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부풀리기 일자리 정책 의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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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일자리 정책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17 08:02:30

지난달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60세 이상에서 37만7000명, 20대가 13만7000명, 50대가 7만6000명, 40대가 1만1000명 증가했다. 반면 30대 취업자는 8만8000명 감소했다. 36시간 이상 취업자도 338만7000명 감소했고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412만6000명 증가했다. 17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 비중도 8.5%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취업자 수만 놓고보면 고용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단기·공공부문 일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건서비스업 취업자가 24만3000명 늘어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를 이끌었다. 공공행정·국방, 사회복지서비스업은 4만7000명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 절반 이상이 공공부문 일자리로 채워졌다.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반면 서비스 업종인 도매·소매업 취업자는 11만3000명 줄었고, 숙박·음식점업도 3만8000명 줄었다.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분야 취업자 역시 7만6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청년층은 고용상황이 더 악화됐다. 5월 기준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27만80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취업 기간 구직활동, 직업교육, 취업시험 준비 등을 전혀 하지 않은 청년은 9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무려 36% 증가한 수치다.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24.3%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24.2%)와 비슷한 수준이다. 청년 4명 중 1명은 실직상태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에선 고용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식의 자화자찬이 주를 이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8월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고점의 99.6%로 방역 위기 이전 수준에 한 발짝 더 근접했다”며 “모든 연령대의 고용률이 상승한 가운데 8월에도 청년층 지표 회복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청년층 지표 회복이 두드러졌다고 한 근거는 앞서 언급한 ‘취업자수 증가분’이다. 그는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4만3000명 늘어 6개월 연속 10만명 이상 증가세를 이어갔다”며 “40대 취업자도 1만1000명 늘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언급했다. 말그대로 질적인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숫자’를 입맛에 맞게 골라내 해석한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수를 채우는 데에 급급해서 단기 알바식의 공공 일자리를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은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물론 고용률 수치는 상승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숫자 부풀리기식 일자리 창출은 당장의 위기를 버티는 덴 일시적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지속될 수 없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고용으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가 낙관적인 발언만 늘어놓는 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를 보면 청년들의 좌절감을 엿볼 수 있다. 고용 상황 등이 악화하면서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낮을뿐더러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놀음 고용 통계를 자화자찬할 게 아니라 근로의욕마저 잃은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