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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인스퍼레이션4 궤도여행

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17 08:02:55

일론 머스크가 결국 일을 냈다. 1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15일 오후 8시) 무렵, 나사(NASA)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머스크의 스페이스X 로켓이 우주를 향해 발사됐다. 로켓에는 민간인 4명이 탑승했고 이들은 앞으로 사흘 동안 지구 궤도를 여행할 것이다. 세계 최초 민간인 관광객을 태운 궤도여행이라는 점에서 인류 역사에 도약을 가져올 점 하나를 찍은 것이다.

앞서 7월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민간인 동승자 3명과 우주여행을 다녀왔고 베이조스보다 며칠 앞서서는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상업 우주 관광 시범 비행에 세계 최초 성공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베이조스와 브랜슨이 일행들과 올라간 높이는 각각 지구고도 100km와 85km였다. 베이조스는 브랜슨이 국제적으로 우주의 경계로 인정받는 고도 100km에 이르지 않았다며 브랜슨의 여행을 우주여행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스페이스X의 미션은 이들과 차원이 다르다. 약 2개월전 브랜슨과 베이조스가 앞다퉈 우주여행에 나설 때에도 경쟁자인 머스크가 조급함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스페이스X는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을 고도 575km로 쏘아 올린 후 거기서 지구 궤도를 3일간 돌고 귀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기껏해야 고도 100km에 도달해 3분 정도 무중력을 경험하는 약 10분간의 여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인스퍼레이션4’라고 이름이 붙은 이 미션에서 유인우주선은 고도 575km에 도달한 후 음속의 22배인 시속 2만7359km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돌 계획이다. 이 속도라면 약 1시간 3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돌게 된다고 한다. 1시간 30분에 서울-부산도 아니고 지구 한 바퀴라니 상상만해도 현기증이 나는 속도다.

이 우주선이 도는 궤도의 높이는 지표면 기준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도 약 150km 더 높다. 그야말로 우리가 상상하는 우주,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 공간에서 크루드래건에 탑승한 민간인들이 지구를 내려다보는 관광을 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는 전문 우주비행사 없이 오로지 민간인 4명만 탑승했다.

인스퍼레이션4 프로젝트는 사실 신용카드 결제업체 ‘시프트4페이먼트’ 창업자 제러드 아이작맨이 스페이스X로부터 구입한 관광상품이다. 그가 암을 이겨낸 의료인 등 특별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3명의 동승자로 선정한 것도 이번 여행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스페이스X와 인스퍼레이션4 팀은 이번 우주여행에 “최초의 순수 민간인 지구궤도 여행”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런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최종 목표는 ‘인류를 지구가 아닌 별에 살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제우주정거장 보다 높은 고도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머스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달, 화성, 그리고 그 너머로까지 가려한다면 우리의 편안한 지점을 약간 넘어설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엔 더 멀리 가는 것이다.”

화성을 향한 머스크의 꿈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어릴 적 우주 문명을 다룬 SF ‘파운데이션’을 탐독하면서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가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를 설립한 것도 인류를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머스크는 2019년 트위터에서 ‘화성 여행용 로켓의 재활용 적정 수지를 맞추려면 관광티켓가격은 어느 정도가 될까’라는 질문을 받고는 “그건 전적으로 여행객 수에 달렸다”면서 화성까지 편도 비용으로 “약 5억원이 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돌아오는 비용은 무료’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지구에 있는 주택을 처분하고 화성으로 아예 이사를 간다면 티켓가격이 훨씬 내려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을 도는 행성 중에서 태양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봤을 때 지구는 금성과 화성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인지 화성은 인류의 상상력이 우주 밖으로 향했을 때 가장 먼저 닿는 곳이다.

한때 ‘연애의 교과서’로 불리기도 했던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존 그레이 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올해 3월 100만부 판매를 기념해 특별 에디션으로 출판됐다. 남자와 여자가 마치 다른 별에서 온 존재인 듯 서로의 태생적 차이점을 알지 못한 채 만나서 그 본질적 차이로 인해 갈등하고 서로 상처를 준다는 점을 드러내주는 작품이다.

또 앤디 위어 원작을 영화로 제작한 ‘마션’은 화성 탐사 중 조난당한 우주인이 화성에서 식량으로 감자를 키워 생존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렇듯 지구인에게 이웃 행성인 화성은 계속해서 지구인의 꿈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머스크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현실로 구현해내고 있다. 한때는 엉뚱한 천재의 이미지를 가졌던 머스크가 벌이는 다양한 사업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일 것이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