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편’ 유명무실 하이트진로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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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View]-하이트진로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23 00:02:31

하이트진로는 자산총액 5조원 규모의 기업집단이다. 올해 기준 재계서열 64위에 올랐고 예년과 같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쉽게 말해 하이트진로는 준대기업, 혹은 대기업이라는 얘기다.

국내에서 대기업 반열에 오른 주류전문 기업은 하이트진로가 유일하다. 하이트진로 상품이 국민생활과 밀접해 있다는 걸 방증한다. 실제 하이트진로의 주력상품인 ‘참이슬’은 소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으며 ‘하이트’나 ‘테라’ 등은 애주가들의 적적한 밤을 책임지고 있다.

이런 하이트진로의 경영철학 중 핵심가치 5개는 △창조적 혁신 △정통·대표성 계승 △고객·사회 헌신 △신뢰와 겸손 △소통과 화합 등이다. 국민적 사랑을 받는 제품을 제조·유통하는 기업답게 삶의 즐거움과 희망을 나눈다는 이념에 기반을 둔 것들인데 몇몇 가치들은 실천의지에 의구심이 뒤따른다. 십수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경영행태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소위 말하는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위는 물론 사법기관으로부터 처벌을 받은 이력이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약 10년간 서영이앤티에 ‘통행세 지원’ 및 인력지원 등 부당지원 행위를 지속했다.

서영이앤티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과 차남 박재홍 하이트진로 부사장이 각각 58.44%, 21.62%의 지분을 소유하며 1대·2대 주주로 있는 기업이다. 동시에 하이트진로그룹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7.66%를 소유해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다. 서영이앤티의 기업가치가 상승할수록 하이트진로의 경영승계도 수월해질 수 있는 셈이다. 공정위도 하이트진로의 부당지원 행위가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와 서영이앤티 등에 총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박 사장과 김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박 사장과 김 사장 등은 각각 해당 사안과 관련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현재는 2심이 진행 중이다.

하이트진로가 검찰 고발을 불러올 정도로 오너일가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던 배경은 내부통제 기능의 결여가 지목된다. 하이트진로는 과거부터 전직 임원을 사외이사로 적극 등용해왔다. 대표적으로 2011년부터 2020년 초까지 하이트진로 사외이사로 활약했던 김영기·정병교 사외이사는 그룹 계열사 임원 출신이다.

이들은 사외이사 재임기간 중 이사회에 불참했던 경우 정도를 빼면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고 이 중엔 서영이앤티와의 내부거래 안건 등도 포함돼 있었다. 전직 임원 출신 사외이사들은 대주주의 의지에 반기를 들지 못했고 회사의 ‘사법 리스크’를 조기에 차단하기 못했다. 대주주의 독단경영 등을 차단하고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도 하이트진로 사외이사는 전직 임원출신 인사가 대거 차지하고 있다. 6월말 기준 하이트진로 사외이사 3인 중 임재범·이구연 이사는 계열사 임원 출신이다. 이들 역시 최근 수년간 모든 이사회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하이트진로의 경영행태가 그대로 반복됐던 가운데 최근 공정위는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친족이 보유한 회사를 누락하고 지정자료를 제출한 혐의 등에서다.

거듭해서 전직 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하이트진로의 선택은 스스로도 강조하고 있는 신뢰와 겸손, 소통과 화합 등과 거리가 멀다. 오너일가의 지나친 사익추구 행위로 인해 하이트진로가 공정위의 제재를 받으며 사법 리스크와 마주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이트진로 이사회가 오너일가의 사익추구 행위를 견제·감시할 수 있는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시급하다.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