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긴축시계, ‘빚투’ 청년층 관리 시급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데일리 Talk-2030 가계부채 증가율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28 00:02:30

가계 빚이 180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가운데 2030세대의 가계대출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빚을 지더라도 나날이 치솟는 부동산·주식을 매입해 기성세대와의 자산 격차를 메우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 또는 분노로 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2030세대 가계부채 증가율은 작년 2분기 대비 12.8%로 나타났다. 나머지 연령층의 평균 증가율이 7.8%인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수치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26.9%로 작년 2분기(26.0%)보다 0.9%p 늘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4분의 1 이상을 2030세대가 차지한 것이다.

이 중 전세자금 대출이 25.2%로 나머지 연령층(7.8%)보다 많았다. 1년 새 무려 21.2%나 증가했다. 전세대출 규제 강도가 비교적 약하고 청년층들의 전·월세 거주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용대출도 1년 만에 20.1% 증가하며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주가 상승 및 주요 기업 상장 공모 등의 영향으로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증권사의 작년 신규계좌 723만개 중 2030대의 계좌가 54%(392만개)에 달한 것만 봐도 추측할 수 있다.

의욕이 너무 지나쳤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부동산·주식을 대거 매입하다보니 취약 차주 비중은 타 연령층에 비해 높았다. 청년 10명 중 1명은 대출 이자를 갚느라 소비에 제약이 따를 정도다.

한은이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할 정도의 임계수준에 처해 있는 지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2030세대의 경우 DSR 기준으로 임계수준을 넘은 차주의 비중은 9.0%에 달했다. 40대(5.6%), 50대(5.4%), 60·70대(4.4%)에 비해 임계수준을 넘은 차주 비중이 높은 편이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LTI)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30대의 LTI는 2017년 1분기 213.9%에서 올해 1분기 266.9%로 53.0%p 급증했다. 연소득이 2000만원일 경우 5338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20대 이하도 106.6%에서 150.4%로 43.8%p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34.0%p), 50대(6.0%p) 등이 소폭 늘어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이르면 내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현 0.75%에서 1.00%로 0.25%p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미국 중앙은행도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해 내년 중반부터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입장에선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이 한층 낮아졌다.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기에 2030세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인상분을 포함해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경우 차주 1인당 연간 이자부담규모는 지난해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뇌관으로 지적되는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정책에는 동의한다. 그렇다고 해도 금리를 무작정 인상하다면 실수요자들의 피해는 극심할 것이다. 금리를 추가 인상하기 전 이들을 위한 안전판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금리가 올라 전세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채 3금융권, 사채시장을 어슬렁거리는 청년들이 없길 바란다. 정부와 금융권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