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연 “은행 대출, 금액·경로 따라 ‘이율 차별’ 횡포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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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 대출금리, 1억원 이상보다 약 20%↑… “금융권 불평등 조장 말아야”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27 16:23:07

#. 60대 남성 A는 이달 7일 은행에서 아파트담보로 20년 5년 고정혼합형금리 7000만원 대출을 상담했다. 은행 직원은 “대출금리가 개략적으로 창구 신청은 연 4.14%, 비대면 신청은 연 3.21%인데 정확한 금리는 신청해야 알 수 있다”고 해 모바일로 신청을 하려 했으나 “본인 명의이거나 공유가 아닌 배우자 명의 아파트는 온라인 신청을 할 수 없고 창구 신청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내주면서 소액이거나 은행 창구를 이용하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데 대해 소비자단체가 ‘차별 행위’라며 경종을 울렸다.

27일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은행들이 금액, 경로에 따라 대출 금리를 차별하는 것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차별적인 행위’이자 ‘불평등 조장 금융약탈 행위’다”라며 “소액이거나 창구를 이용했다고 금리를 가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금소연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들은 대출금액이 적으면 금리를 최대 0.72% 가산하고, 비대면(온라인)이 아닌 창구에서 신청하면 1% 가까운 금리가 가산된다. 따라서 소액을 빌리거나 비대면 신청이 어려운 금융 취약계층에게 업무원가로 보기 어려운 ‘벌칙적 금리’를 부담시킨다는 지적이다.

예들 들어 A은행은 대출 금액을 △2000만원 미만 △2000~5000만원 미만 △5000만~1억원 미만 △1억원 이상 등 4개 구간으로 나눈다. 1억원 이상의 대출금리 대비 앞선 3개 구간의 대출금리는 아파트론의 경우 각각 0.72%, 0.21%, 0.06%를 가산한다. 전세론의 경우 0.70%, 0.36%, 0.11%를 가산한다.

이에 따라 2000만원을 대출할 경우 1억원 이상 대출금리보다 아파트론은 20%, 전세론은 24% 이상 금리가 높게 된다. 구체적으로 1억원 이상 대출보다 2000만원 대출일 경우 아파트론은 월 1만2000원, 연 14만4000원을, 전세론은 월 1만1667원, 연 14만4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금소연은 은행의 수익이 적고 손이 많이 가는 경우를 금리로 차별·배척하거나 더 많은 대출을 조장한다며 금융당국에 대출 금액 가산금리가 합리적인지 철저히 조사 분석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금소연 관계자는 “은행이 핀테크,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기술을 적극 활용해 금융 혁신을 꾀하고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해 선택권을 넓히고 편익성을 제공하라는 것이지 디지털 금융에 취약해 창구를 찾는 금융소비자를 금리로 차별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적으로 비대면 대출 신청을 할 수 없어 창구에서 신청하는 대출까지 금리를 차별하는 것은 더욱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이 금융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접근경로를 제공해 금융 편의성을 제고해야 함에도 비대면 대출 온라인 신청이 안 되거나, 비대면 신청을 하지 못해 창구에서 대출을 신청하는 금융소비자에게 차별적인 금리를 가산하는 것은 은행의 접근성을 특정 경로로 집중시켜 더 악화시키고, 불가피하게 창구로 갈 수밖에 없는 금융소비자에게 은행이 당연히 부담해야 할 개발비용을 창구대출 금융소비자에게 전가시키거나 비대면 대출 금융소비자의 금리를 보전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형구 금소연 사무처장은 “은행이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내면서 ‘대출 금액이 적다’거나 ‘창구에서 대출을 신청한다’고 해서 현격하게 금리를 가산하는 것은 불평등을 조장하고, 은행이 당연히 제공해야 할 접근경로를 금리로 차별하는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