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전주 
/좌파 교육감‧전교조는 기득권 수호에 급급
/이들과 밀월관계인 정권은 아예 방치상태
/美 바이든은 교육 1순위에 놓고 전력투구
/갈수록 쪼그라드는 인적자원 어찌할 건가
대만 출신의 ‘AI 그루’ 리카이푸(전 구글차이나 사장)가 쓴 SF 소설 ‘AI 2041’은 20년 후 AI가 바꿔놓을 세상을 그린다. 이 소설에서 한국은 AI 교육의 메카로 등장한다.
현재 교실에서는 중간 수준의 학생들에게 맞춰 강의를 한다. 실력이 제각각인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다 아는 내용의 반복이어서, 하위권은 이해가 어려워 외면한다. 공교육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AI 교육이 도입되면 교사의 역할이 확 달라진다. 교사들은 한걸음 물러나 수업 진행과 평가, 사후 관리에 치중하고, 학생들은 AI가 제시하는 수준별 학습에 몰두하게 된다. AI는 학생 각각의 학업성취도를 파악해 그에 맞는 문제를 내주고 개별 학생들의 취약점을 알아내 ‘맞춤 교육’을 한다. SF 소설에서처럼 한국이 과연 AI 교육의 메카가 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아니다”가 맞다. 그 이유는 정부가 교육에 아무 관심이 없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육 권력들은 AI 교육에 완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AI 교육은 현재 사교육업체가 운영하는 것인데 사교육을 공교육 교실에 들여놔서는 안 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최근 교육 분야에서 미국의 발 빠른 대응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4월 28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의회 연설을 했다. 핵심 키워드는 교육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다른 나라들은 미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면서 “교육이 앞선 나라가 우리(미국)를 앞서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1조8000억 달러(한화 2000조원)를 들이는 막대한 교육 투자였다.
그의 말에 귀기울여보자. “미국은 20세기에 12년짜리 공교육(초등학교 6년+중고등학교 6년)을 준비해서 세계에서 가장 교육을 잘 시키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12년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모든 미국인들에게 4년의 공교육을 추가로 보장하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3세와 4세 때 2년, 고교 졸업 후 커뮤니티 칼리지(공립 2년제 지역 대학) 2년을 공교육으로 포함시키겠다는 얘기다. 인재 육성을 통해 21세기 미국을 견인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한국에서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 비교될 수 있는 게 대통령 신년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신년사를 모두 4번 했다. 그 안에 교육의 비중은 얼마를 차지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교육’이라는 단어를 찾기 어렵다.
취임 첫 해인 2018년 신년사에는 “의료 주거 교육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과 공공성을 강화 하겠다”는 대목에서 ‘교육’이라는 단어가 한 번 나온다. 두 번째 신년사인 2019년에는 교육이라는 말이 아예 들어 있지 않았고, 2020년에는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 하겠다”는 언급이 있었다. 올해 신년사에는 25분 동안 생중계된 연설에서 “교육격차 완화”라는 대목에 ‘교육’이라는 말이 딱 한 번 나온다. 이 정도라면 이 정부의 시야에 교육은 들어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도 그렇다. 이 정부 들어 교육 이슈로 내세운 건 ‘대입 정시 확대’ ‘자사고 폐지’ ‘고교 학점제’ 정도다. 그마저 방향과 시점을 오락가락 하며 혼란을 자초했다.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적폐 청산 등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과 연결된 ‘개혁 팔이’에는 혈안이 되는 이들이 ‘교육 개혁’은 빈 말로라도 입에 올리질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 교육이 ‘태평성대’인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한국 교육의 전통적 강점들이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계층 격차로 인해 ‘개천의 용’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학력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다른 경쟁국들과 비교되는 국제적 학력 수준도 하향세다. 특히 지난해 출생한 아이가 27만명에 그칠 정도로 ‘인적 자원’ 자체가 줄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보다 앞서 미국에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비교적 계층 이동에 유연성이 있었던 반면 미국은 고착화된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사회적 고민도 미국 쪽에 더 많이 축적되어 왔다.
미국은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한 아이도 뒤쳐지지 않게(No Child Left Behind)’라는 정책으로 대응했다. 이름 그대로 학업성취도가 낮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적극 돌보는 내용이다. 공교육 내부에 강한 책임감을 부여하면서 성적을 향상시키는 교사들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에는 이 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모든 학생에게 성공을(Every Student Succeeds)’ 법안을 만들었다. ‘한 아이도 뒤쳐지지 않게’라는 명칭은 달리 말하면 미국에서 뒤쳐지는 아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이고, ‘모든 학생에게 성공을’ 법안은 저(低)출산 속에서 모든 아이들을 잘 키울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이 담겨 있다. 현재의 우리와 같은 곤경을 미국은 수 십 년 전에 겪었다.
미국에서 교육 개혁의 무대는 공교육이었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는 한 경제력 영향과 학력 격차, 인재 부족이라는 삼각파도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역시 공교육 회복 이외에는 다른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면 할수록 저소득층의 기회는 그만큼 늘어난다.
그러나 공교육 개혁은 교사, 교원단체, 교육 관료라는 거대한 철옹성을 상대로 한 힘겨운 싸움이다. 정권이 작정하고 교육 개혁에 나설 경우 정치적으로 얻을 건 별로 없다. 학부모들의 지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결속력이 없다. 반면에 개혁 대상으로 맞닥뜨려야 할 전교조는 현 정부에겐 다시없는 ‘촛불 우군(友軍)’이고 투쟁력은 막강하다.
문재인정부가 교육 문제에 발을 빼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교육계는 친(親)전교조 교육감이 전국 17명의 교육감 가운데 14명을 차지할 만큼 좌파가 장악하고 있다. 이미 ‘점령이 끝난 진지(陣地)’는 괜히 들쑤시지 말고 잘 지키는 게 이들에겐 백번 이득이다. 이 점에서도 현 정권은 ‘수구 진보’다.
세계 교육은 중대 전환기다. 한국처럼 신생아가 귀한 국가일수록 ‘모든 아이를 성공시키는’ 교육성과가 절실하다. 과거에 갇혀 세상 변화를 외면하는 ‘우물 안 개구리’를 이들은 언제 벗어날까.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