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 “안진 보고서, 어피니티 작성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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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안진 3차 공판 열려… “보고서 작성전 분기보고서 공시돼”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03 13:14:09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 임직원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의 가치평가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 임직원 2명과 안진 소속 회계사 3명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2차 공판에서 재판부의 개인사정으로 중단됐던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먼저 검사 측 신문이 진행하며 박 부사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가치평가의 부당성에 대해 크게 △평가기준 시점의 문제점 △이전 가치평가와의 차이점 △부적절한 평가방법의 활용 △어피니티의 구체적 관여 정황 등을 다뤘다.

우선 안진이 가치평가 기준 시점을 풋옵션을 행사한 2018년 10월 22일이 아닌 6월 30일로 잡은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 박 부사장은 상대가치평가법에 활용되는 주가의 기준점이 바뀌면서 3000억원 이상의 왜곡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안진은 2018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직전 1년 주가 평균치를 사용했는데, 그해 10월 22일 주가를 활용했을 때와 비교하면 주당 6만4000원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1년이나 6개월 평균주가를 상대가치평가에 활용하는 것은 M&A(인수합병)와 같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때에 사용하며, 풋 거래는 행사시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의 중재에서 안진 소속 회계사 A씨가 “(풋옵션 행사일) 10월 22일자 기준을 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자료가 없어서 못했다”며 어피니티와 안진이 9월 30일 기준 재무제표를 구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안진이 보고서를 작성한 11월22일 이전인 11월14일에 이미 3분기 분기보고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됐으며, 데이터룸 또한 13~15일 사이에 개설돼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역설했다.

부적절한 평가방법 역시 지적됐다. 박 부사장은 “상대가치 평가에 있어 조정된 주당 순이익(Normalized PER)을 사용한 것은 명확히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안진이 사용한 오렌지라이프 거래 사례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것이며, 재무구조가 교보생명 등 고금리 부채 비중이 큰 대형사와는 명확히 다르기 때문에 적합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어피니티의 구체적 관여 정황도 드러났다. 박 모 부사장은 안진회계법인이 가치평가보고서에 들어가는 이해관계에 대한 문구조차 어피니티의 지시에 따랐다고 강조하며 “안진이 작성한 초안에는 해당 보고서를 제3자나 중재판정부에 제공할 수 있다는 문구가 없었으나 어피니티 관계자의 지시로 추가됐다”고 말했다. 특히 어피니티 관계자 A씨가 안진이 써야할 커버레터를 작성해 보내준 정황도 드러났다며 박 부사장은 “커버레터는 평가자의 자존심과 같은 것은 것으로, 커버레터를 부하직원이 쓰는 경우는 있어도 고객사가 쓴 것은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4차 공판기일은 오는 15일 진행될 예정이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