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달러 시대’ 전망과 부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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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부채 문재 해결이 최우선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07 00:02:41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2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사상 처음으로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달러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예상이 적중할 경우 2017년(3만1600달러·명목기준) 3만달러 돌파 후 불과 8년 만에 4만달러 시대를 여는 것이다. 앞서 3만달러에 도달하는데는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 고지를 달성한 이후 12년이 걸렸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선뜻 동의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천문학적인 국가와 가계부채 규모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0.75%로 인상한 데 이어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고하면서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부담할 이자가 늘어나 부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집계하는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6일 오후 2시 기준 총 국가채무는 약 947조800억원, 1인당 국가채무는 1832만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국가채무는 총 국가채무를 6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 5167만명으로 나눈 수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6년 말 1212만원이었던 1인당 국가채무는 현재 620만원 가량이 늘었다. 이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의 증가폭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

나랏빚이 늘어나면서 지급해야할 적자국채의 이자 지급액도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적자국채 이자 지급액은 8조3000억원, 올해 들어 8월까지 적자국채 이자 지급액은 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7조5000억원을 지급했다.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인해 1961년 이후 60년 만에 4차 추경을 지급하는 등의 영향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전 정부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저금리’의 영향으로 이자 지급액은 크게 늘지 않았다. 2018년 2.43%이던 연평균 국채 조달금리는 2019년 1.68%, 지난해에는 1.3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국채이자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나랏빚 뿐만이 아니다. 국가채무로 잡히지 않는 지방공기업의 부채도 지난해 54조원에 달했다. 가계빚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빚)은 1805조9000억원으로 1분기 말보다 41조2000억원 늘었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6%대’로 묶어두는데 이어 추가 대책도 마련 중에 있다며 대출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실수요자와 서민·취약계층의 자금조달이 경색된다는 우려가 일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장담에도 상황은 좋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의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281조2000억원으로 1년 새 55조원(2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 대출 잔액이 16.2% 늘어난 것과 비교해 높은 증가세다.

단순히 규모만 크게 증가한 게 아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위험성이 크다. 대부업을 포함한 기타 대출의 경우 1년 만에 무려 71.8%나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 기간 동안 자금이 쪼들린 자영업자들이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비은행권에서 돈을 빌렸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신용도가 더욱 하락해 대부업 및 사채 밖에 못 쓰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자영업자의 대출이 더 빠르게 증가한데다 이들의 대출 잔액도 2분위나 3분위보다 수십조원 이상 더 많아서 더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흥행 배경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 등 해외 주요 언론들은 지난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열풍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됐고, 백신 접종도 부유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라는 ‘장밋빛 전망’도 좋다. 하지만 나라빚과 가계부채가 사회 구성원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랏빚과 가계부채를 연착륙 시키는 지혜를 발휘해 자칫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는 ‘4만달러 시대’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