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보다 더 오른 전세…주거약자 긴급대출 끌어 보증금 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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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구 중 13개구 변동률, 전세>매매 역전
국민연금 실버론, 494억 중 370억 전·월세 용도
올해 전세 상승 더욱 심화…“긴급대출 더 늘 듯”

배태용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07 12:01:28

최근 2년 연속 아파트 전세 가격 변동률이 매매 가격 변동률을 훨씬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가격이 폭등하며 임차인들은 보증금 마련하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 25개구의 절반 이상인 13개구에서 전세가격 변동률이 매매가격 변동률을 뛰어넘었다. 지난해엔 7개구 정도에서만 전세가격 변동률이 매매가격을 뛰어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년 대비 전세가격이 불안한 지역이 2배가량 확대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더 크게 오름면서 임차 수요자들은 매매 수요로 전환하거나 더 오른 임대 보증금을 충당하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는 이들도 적지 않은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특히 이 중 60대 이상 노년 가구의 경우 국민연금 긴급 대출을 받는 이들도 상당수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국민연금 공단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3년 간 국민연금 노후긴급자금(실버론) 대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실버론 대출액 493억 9500만원 중, 전·월세 보증금 용도로만 369억 68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대출의 74.8%가 부족한 집세를 충당하는데 활용된 것이다.

이런 추세는 2019년에도 유사했다. 전체 599억 2500만원 중 450억 4800만원(75.2%)가 전·월세 보증금 용도로 대출됐다. 2018년에는 전체 대출액 323억 2600만원 중 70.3%인 227억 1200만원이 전·월세 자금 용도였다. 반면 의료비 비중은 2018년 26.8%에서 2019년 23.8%, 2020년 22.7%로 감소했다.

실버론이 60세이상 연금수급자를 대상으로 하고, 이용자의 99.5%가 연금공제 방식으로 대출을 갚아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노인가구가 전·월세값 상승분을 노후 연금을 당겨 메꾸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전세 가격 변동률이 매매 가격을 웃도는 지역이 더욱 많아진 만큼, 이러한 전월세 보증금을 충당을 위한 실버론 대출은 더욱 늘 것으로 예측된다. 올 상반기(6월) 현재 291억 6500만원의 실버론이 실행됐고, 이중 68.5%인 199억 8억 7000만원이 전·월세 보증금으로 대출된 상태다.

김상훈 의원은 “주거비 상승은 문재인 정부가 불러왔지만, 그 뒷감당은 국민이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며 “국민연금을 담보 삼아 전세금을 마련하면, 어르신 가구의 노후는 매우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연금을 주거비에 저당 잡힌 수급자에 대한 선제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주문했다.

배태용 기자 tyba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