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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악재 속 도덕성 논란

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08 00:02:52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들어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의 내부고발자가 회사의 운영실태를 낱낱이 고발하면서 부도덕성을 비판했다. 5일(현지시간)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은 페이스북에서 근무하는 동안 사측의 이익과 시민의 안전 사이에서 회사가 사측의 이익을 선택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청문회 이외에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하우겐은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그 중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페이스북 SNS가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점이다. 그는 이 SNS의 콘텐츠가 어린이와 청소년 정신 건강에 해악을 끼치고 있으며 회사가 이를 인지하면서도 운영 방식을 개선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하우겐은 게다가 페이스북이 수익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많은 사회적 분열과 해악을 이용했다고 지적하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회사의) 성장을 우선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이날 청문회에 나선 것은 페이스북의 운영행태가 “민주주의를 약화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라고 지칭했지만 이는 결국 페이스북 설립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를 향한 비난이었다. 실제로 그는 이 사태의 궁극적 책임이 저커버그에 있다고 못박았다.

페이스북은 2004년 당시 19살이었던 하버드 대학교 학생 마크 저커버그와 에두아르도 세버린이 학교 기숙사에서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만들어진 소셜 미디어다. 이후 불과 17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로 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용자가 28억명, 시장 가치는 거의 1조달러, 우리 돈으로 거의 120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렇듯 폭풍 성장해오는 과정에서 무리한 운영을 해온 것이 하나하나 드러난 것이다.

이번 청문회 폭로가 아니더라도 페이스북이 자체적으로 계열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내부 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을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 있다. 특히 10대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에 불만을 갖게 되는 등 인스타그램이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페이스북 측이 3년간에 걸친 수 차례의 조사를 통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조사에서 10대 여성 32%가 “자신의 몸에 불만이 있을 때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그 기분이 더 악화된다”고 답했다.

이 뿐 아니라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인의 콘텐츠를 보면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사실 역시 페이스북이 조사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다. 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지난해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대부분 유명 연예인의 계정을 보고나면 연예인에 “다소간 부정적인 사회적 비교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예컨대 팔로워 270만을 거느리고 있는 미국의 유명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계정에는 화려한 연예인의 모습, 즉 날씬한 몸매와 예쁜 얼굴의 매력을 발산하는 사진들이 게시되어 있는데 이를 방문하는 일반인 팔로워들은 이에 비교되는 자신에 대한 ‘높은 수준의 부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5550만의 팔로워가 있는 영화배우 윌 스미스의 경우엔 아리아나 그란데에게서 느낀 것보다는 ‘덜한 수준’이지만 역시 부정적인 기분을 느낀다는 응답이다.

외모에 관심이 큰 10대 여성들에 대한 정신적인 해악이 지적되면서 페이스북은 13세 미만 이용자를 위한 인스타그램을 새로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키즈’가 계획대로 론칭이 될 지는 불확실하다. 캘리포니아, 뉴욕 등 44개 주 법무장관들이 앱 출시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셜미디어가 어린이들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리고 2020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약 2000만건의 아동 성착취 이미지가 신고됐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내부고발자와 언론 보도로 인해 페이스북이 자사 SNS의 악영향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 됐다. 게다가 청문회 전날인 4일(현지시간), 한국 시간으로 5일 오전 1시부터 오전 7시까지 페이스북과 계열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왓츠앱 등에 전 세계적인 접속장애가 발생한 일도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를 크게 손상했다.

페이스북 기술팀은 다음날 홈페이지에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해명했고, 저커버그 역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용자들에게 “오늘 장애에 대해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페이스북 주가가 5% 가까이 떨어지면서 저커버그 개인 재산은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나 증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다. 올해 4월초에는 페이스북에서 5억33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을 일으켰다. 이중엔 한국 이용자 12만여명의 개인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어떤 기업이든 기복이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파급력과 영향력이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SNS의 경우는 하룻밤 새 무너질 수도 있다. 이번 페이스북의 먹통 사태가 진행된 6시간 동안 700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텔레그램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같이 하나 둘 드러나는 악재에 흔들리는 페이스북의 위상을 보면서 정치인의 생명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둘의 공통점이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둘 다 도덕성의 흠결이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덕성을 건드린 내부고발자의 폭로에 페이스북이 어떤 대응을 할 지 주목된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