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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전 세계 농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식량 수출 1위인 미국의 올해 봄 밀 수확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 급감했다. 33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상기후로 6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국제 밀 가격은 전년보다 40% 가량 상승했다. 남미의 가뭄과 호주의 한파 등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밀뿐 아니라 옥수수 가격도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콩은 70%나 상승했다.
세계 각 국의 농업 생산량 감소는 식량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09년 56.2%에서 2019년 45.8%로 하향 추세다. 같은 기간 곡물자급률도 29.6%에서 21.0%로 하락했다. 주요 곡물인 콩, 밀, 옥수수의 자급률은 각각 26.7%, 0.7%, 3.5% 등으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세계식량가격지수 10년 만에 최고치…“기후변화로 세계 주요 작물 수확량 감소”
지난 여름 캐나다에선 나무에 달린 체리가 고온 현상으로 불에 구운 듯 익어 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캐놀라, 밀을 재배하는 밭도 누렇게 시들어버려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 곡물 생산 국가들이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전 세계 곡물 가격도 급등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0.0p로 전월(128.5p)보다 1.2% 상승했다. 2011년 9월(130.4p)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곡물 가격은 8월보다 2.0% 상승한 132.5p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7.3% 올랐다. 밀은 국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수출 가능 물량의 제약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미국 가뭄모니터의 자료에 따르면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미네소타, 아이오와, 네브라스카 등 대부분 지역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특히 곡물 생산량이 많은 노스다코타와 미네소타 등의 경우 토양 내 수분이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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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올봄 미국에서 파종한 밀의 63%는 발육 상태가 부실하거나 매우 불량한 상태다. 지난해 같은 시기(6%)보다 10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USDA가 최근 발간한 월간 수급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옥수수와 대두, 밀의 재고량은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다른 주요 곡물 생산국들도 가뭄으로 곡물 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다. 브라질 당국에 따르면 겨울 곡물 수확량 전망치는 6030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7510만톤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러시아 역시 가뭄으로 밀 수확에 큰 타격을 입었다. USDA는 러시아산 밀 예측치를 7250만톤으로 7월 전망보다 1250만톤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에 걸친 농업 생산량 감소 현상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CNN비즈니스의 보도에 따르면 신시이 로젠츠바이크 컬럼비아대학교 지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후 변화에 따른 ‘극한 날씨’가 곡물 생산 감소와 식품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로젠츠바이크 연구원은 “대가뭄이 산업화 이전보다 70% 이상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 위기로 전 세계 농부들이 받고 있는 피해가 우리의 식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주력 일간지 가디언 역시 기후 변화로 강우 패턴이 바뀌면서 많은 지역이 가뭄에 취약해졌고 극단적인 날씨가 농작물 생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 경고했다.
보니 워링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그랜섬 연구소 부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칼로리의 80% 이상이 쌀, 옥수수, 밀을 포함한 열 가지 작물에서 나온다”며 “기온 상승과 함께 더욱 빈번해지는 가뭄으로 세계 많은 지역에서 주요 작물들의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후변화로 농업 재해 피해 발생 증가…“우리 농산물 자급률 제고해야”
주목되는 사실은 우리나라 역시 지구온난화에 따른 농업생산량 감소 현상의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식량 및 곡물 자급률이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 사정 상 전 세계적인 농업생산량 감소에 결국 비용 부담을 늘릴 수 밖에 없는 탓이다.
우리나라 식량 및 곡물 자급률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굉장히 낮은 편에 속한다. 국내 식량 및 곡물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각각 45.8%, 20.2%로 2017년 이후 각각 2.9%와 3.2% 하락해 세계 꼴찌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곡물 수급안정 사업·정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감소하는 원인에는 국민 식생활 습관 변화, 수입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농지 면적 감소가 큰 영향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2030년까지 45%의 식량자급률을 목표로 농지 황폐화 방지정책 등을 고려하는 등 농지 면적 전망치를 414만ha로 책정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 목표는 설정했지만 정작 기반이 되는 적정 농지면적을 규정하지 않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14년간 우리나라 농업진흥지역 지정 추이를 살펴보면 규모와 전체 농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농업진흥지역 면적은 2006년 91만7000ha에서 2019년 77만6000ha로 14만1000ha(-15.4%)가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중 전체 농지면적이 12.2% 감소한 것으로 미뤄볼 때 농업진흥지역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팀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적인 식량난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 농산물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농산물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선 기반인 농지가 적정 규모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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