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벨상 콤플렉스’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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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벨상 콤플렉스’ 유감

임소율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18 00:02:30

이달 10일 2021년 제121회 노벨 물리학상 수상식이 있었다. 4일부터 시작된 노벨상 수상식 발표에서는 노벨 생리의학상, 경제학상, 화학상, 물리학상, 평화상, 문학상 등 수상자를 공개했다. 수상자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이 차지했고, 동양인은 딱 한 명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생리의학상 대상자는 데이비드 줄리어스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와 아뎀 파타푸티언 스크립스연구소 교수가, 경제학상 대상자는 조슈아 앵그리스트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를 포함한 미국 교수 2명이 함께 수상했다. 화학상 대상자는 독일·영국 등 유럽에서 나왔다. 동양인 수상자 한 명은 물리학상을 받은 3명 중에 있다. 그는 일본 출신의 마나베슈쿠로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였다.

노벨상은 1833년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태어난 스웨덴의 발명가이자 화학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문학, 화학, 물리학, 생리학 또는 의학, 평화, 경제학 등 6개 부문에 대한 수상이 해마다 이뤄진다. 이렇게 시작된 노벨상은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등 한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과시하는 평가마당이 됐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만 올해까지 총 2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은 노벨상의 나라 스웨덴을 제치고 특히 과학 분야에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으로 노벨평화상을 받고 나서는 단 한 명도 수상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는 해마다 수상식 시즌이 될 무렵이면 노벨상 제로 콤플렉스에 빠져 이모저모 의견이 빗발친다. 예컨대 과학은 물론 의학이 발전한 한국에서는 ‘왜 과학 분야에서조차 단 한 명의 노벨 대상자가 나오지 않는가’이다. 사실상 매년 노벨 과학상 후보군에는 한국인이 거론된다.

노벨상 제로와 관련해 한국 과학계에서는 기초과학의 부진과 젊은 과학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어우러지는 연구를 방해하는 후진적 연구 문화, 고립된 한국의 과학 생태계를 원인으로 꼽는다. 또 다수 전문가들은 한·일간 기초과학 연구의 연륜 자체가 다르다는 중론이다. 이른바 미국과 유럽 등 기초과학 연구의 역사는 200년에 달하며, 일본은 거의 100년 가까운 시간과 ‘과학연구비’ 지원금 제도를 시행해 왔다.

이렇듯 시작과 그 출발점이 다른 상대와 비교를 한다는 건 애당초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노벨상을 타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준비를 하면 될 것이다. 예컨대 한국 기초과학의 연륜이 부족하다면 인내심을 갖고 때를 기다리면 그만이다. 또 후진 연구문화 또는 고립된 과학생태계가 문제라면 더욱 나은 자율·창의·독창성을 겸비한 연구 환경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음 해 아니면 그 다음 해, 아니면 또 몇 년 후에라도 노벨상을 탈 시기가 오고 있다고 믿는다. 설사 우리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슬퍼할 필요도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사람마다 각자 잘하는 것이 있듯이, 나라 마다도 각각 잘하는 것이 있다. 한국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강국이다. 최근 BTS를 시작해 드라마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드높아지는 한국의 문화적 위상은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상이다.

임소율 syl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