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美대사 9개월째 공석… 韓외교 팽 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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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해리스 대사 퇴임 후 副대사가 대리 중
中·日·호주는 물론 베트남·세르비아도 지명
종전선언·제재 해제 놓고 한·미 엇박자 의심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19 00:02:02

주한 미국 대사 자리가 9개월 째 비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날인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부임한 해리 해리스 대사가 한국을 떠난 이후 아직 후임자가 발령받지 못했다. 지금 당장 대사가 지명되더라도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 등 절차를 거쳐 실제 부임하려면 몇 달이 더 걸린다. 하지만 물망에 오르내리는 후임자조차 없어 부지하세월(不知何歲月)이 될 듯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8월 중순 주중국 대사에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낸 니컬러스 번스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를, 주일본 대사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을, 주인도 대사에 에릭 가르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을 지명했다.

일본 대사를 역임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럴라인 케네디는 곧 주호주 대사에 지명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회의체인 쿼드와 바이든 행정부가 9월 출범시킨 미국·영국·호주 3개국 외교안보협의체인 오커스의 주축인 호주를 중시한 결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외에도 베트남·싱가포르·스리랑카 주재 대사도 임명한데 이어 14일엔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와 주한 미국 대사를 역임한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를 주세르비아 대사에 지명했다.

10월 현재 미국대사가 지명된 나라는 189개국 중 64개국(33.9%)이다. 100개국(52.9%)은 현직 대사가 비어 있다. 대사 유무로 양국 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본과 함께 동북아 최대 우방국이자 한·미동맹으로 엮여 있는 대한민국이 미국의 외교적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에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주한 미국 대사 공백 사태가 길어지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949년 존 조지프 무초 초대 대사부터 해리스까지 그동안 24명의 대사가 한국을 거쳐 가는 동안 2017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년 6개월간 대리대사 체제로 운영된 게 최장이고, 그 이전엔 1955년 9개월 공석이 기록이다. 주한미대사관은 7월 부임한 크리스 델 코르소 부대사가 대사대리 직무를 맡고 있다.

미국 주도의 연합국 승리로 식민지에서 벗어나 6·25라는 절체절명의 국난도 미군이 앞장선 유엔군의 힘으로 극복해 한·미동맹으로 안보를 지키는 나라로서 미국 대사 장기 부재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더욱이 지금 한반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북한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한국은 대통령 선거 국면이다.

주한 미국 대사 9개월 공석은 누가 봐도 ‘코리아 패싱’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 때 대사 지명이 길어진 건 당시 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교수가 대북관에서 백악관과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한·미 간에는 북핵 문제 해결 없이 문재인대통령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대북경제제재 완화 문제로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쿼드 참여를 놓고도 문 정부와 미국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국이 좋아 보일 리가 없다.

지난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의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다. 외통위 위원들은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을 만나 대사를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수혁 주미한국대사는 미국 관리들을 만날 때마다 한·미동맹 관계를 생각해 조속히 임명해달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답변은 받지 못한 모양이다. 어느 정치인 말대로 미국의 한국 패싱이 친북굴중혐미반일(親北屈中嫌美反日) 정책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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