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의원 “LH, 퇴직간부 회사에 588억원 용역 몰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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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논란 확산…“전관예우 수준 넘어 카르텔 형성”

이종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21 11:54:27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퇴직한 간부의 회사에 588억원 이상의 용역 등 특혜를 줬다고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21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 퇴직간부 A씨가 설립한 S건축사사무소(S사)가 LH로부터 588억원 상당의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무소 등기에 따르면 S사는 2014년 1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 2019년에는 자본금이 2억원으로 증자됐다.

S사는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588억원에 해당하는 설계용역과 건설사업관리용역 등 총 42건을 LH로부터 수주해 건축사사무소 중 수주 4위에 올랐다. 자료에 따르면 S사를 제외한 나머지 수주 상위 1~7위의 건축사사무소의 업력은 21~36년에 달했다. 반면 S사는 설립된 지 8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타사를 제치고 수주 4위에 오른 것이다.

현재 S사의 대표는 LH에서 상임이사로 퇴직한 B씨이며, B씨는 LH에서 퇴직 후 6개월 만에 S사 대표로 취임했다. LH 인사기록에 의하면 A씨와 B씨는 2011년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으며 직속 상사와 부하 관계였다.

B씨가 LH에서 상임이사(본부장)로 재직했던 기간인 2018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LH는 S사에 14건을 발주했다. 그런데 14건 중 9건이 B씨가 본부장으로 재직했던 본부의 소관부서가 발주했던 건이었다. 정리하자면 현재 S사 대표인 B씨는 LH에서 본부장으로 재직했고, 그 본부의 소관부서가 B씨의 재직 기간 동안 S사에 9건을 발주했으며, B씨는 그 후 LH에서 퇴직해 S사 대표로 취임한 것이다.

S사는 설립 당시 실적이 전혀 없었지만 설립 첫해 공동주택 설계용역을 포함해 LH로부터 3건을 수주했다. S사는 2016년 12월 9일, 하루 만에 2건의 아파트 설계용역을 따내기도 했다.

LH는 S사에 용역뿐 아니라 상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S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LH로부터 4년 연속 ‘설계용역 우수업체’로 선정됐다. 설립 2년 만에 우수업체로 선정된 것뿐 아니라 ‘건설기술 설계용역 최상위업체(S등급)’에 3년 연속 선정됐으며 2018년엔 ‘Housing Design Awards’를 수상했다. 총 8번이나 LH로부터 상을 몰아 받았던 것이다.

김 의원은 “이 외에 몇몇 건축사사무소도 S사와 유사하게 LH로부터 사업을 발주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전관예우 수준을 넘어 전·현직끼리 일감을 몰아주고 퇴직 후 자리를 보장해주는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에 관해 본격적인 감사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 같은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종주 기자 jj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