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박탈감 키운 두산家 박상우 부동산 쇼핑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데일리 Talk]-두산그룹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26 00:02:33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2억1639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해 9월 1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7개월 만인 올해 4월 11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6개월 만에 1억원이 더 오른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끝 모를 상승을 거듭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대다수 청년들에게 진입조차 할 수 없는 영역이 돼 가고 있다. 대출마저 어려워지면서 청년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재계에서 주목할 만 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회장)의 장남인 박상우 씨의 고급빌라 매입 소식이다.

재계,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박상우 씨는 지난 4월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소재 두산빌라(두산UV빌라) 한 호실을 65억원에 매입했다. 해당 호실의 면적은 공급면적 264.29㎡(약 80평), 전용면적 225.06㎡(약 68평) 등이다. 유엔빌리지 내 위치한 이곳은 단 6세대로 구성된 최고급 프라이빗 하우스로 유명하다.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유명 재벌가(家) 자제인 만큼 고급 부동산 매입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재벌가라고 해서 세금이나 규제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박 씨의 부동산 매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외부에 공개된 내용만으로 살펴보면 박 씨는 65억원이란 거래액을 전액 현금으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1994년생인 박 씨는 올해 만 나이로 27세다. 나이를 감안하면 재벌가 자제라고 해도 현금 마련이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소유한 지분 등을 고려해도 재원마련 방안은 쉽게 유추되지 않는다. 박 씨는 지주사 (주)두산 지분 6361주(지분율 0.04%)를 비롯해 두산중공업 지분 2513주(0.01% 미만), 두산퓨얼셀 2만1274주(0.03%) 등을 보유하고 있다. 평가액은 약 6억원, 약 5800만원, 약 11억원 등이다. 부동산 매입가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주식담보 대출로는 재원마련이 불가능함을 시사한다.

배당금을 고려해도 구입자금 확보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10년간 박 씨가 소유 지분을 통해 확보한 배당금은 3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계산된다.

결국 박 씨의 재원마련 방안은 증여 등으로 압축해 볼 수 있는데 여기선 증여세 문제가 발생한다. 박 씨가 집안 어른들로부터 50억원 가량의 현금을 증여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25억원 이상의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부동산 구입자금보다는 적은 금액이나 20대 청년이 마련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한 금액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박 씨의 아버지 박지원 회장은 위기에 빠진 두산그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과제와 마주한 상태다. 특히 두산중공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만큼 두산그룹의 정상화엔 박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풀이된다. 최근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박 회장은 아들이 어떤 방법을 통해 거액의 현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최고급 빌라를 구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백하게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그룹이 한창 어려웠던 시점에 구태여 부동산 매입에 나설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대출을 갈수록 어려워져 전국 청년들이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서 재벌가 자제의 석연찮은 부동산 매입은 청년층의 박탈감만 키울 뿐이다. 박 회장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해본다.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