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 요구 수용…삼성전자 등 K-반도체 부담 심화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E fact > 전기·전자·통신

산업부, 미 상무부 면담서 반도체 정보 제출 요구 따른 국내 기업 우려 재차 전달
TSMC “자료 제출할 것” 입장 번복…삼성전자 등 K-반도체 향한 美 압박 커질 듯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25 13:27:49

▲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김정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미 상무부 관계자와 만나 미국의 정보 제출 요구로 인해 국내 반도체 업체의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반도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을 상대로 영업 기밀 등의 핵심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기한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미 상무부 측에 국내 기업의 우려를 재차 전달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해 온 대만 TSMC가 돌연 정보를 제출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업체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김정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미 상무부 관계자와 만나 미국의 정보 제출 요구로 인해 국내 반도체 업체의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 실장은 현지시간으로 25~27일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 등의 주요 인사들을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김 실장은 제레미 펠터 미 상무부 차관보와의 면담에서 반도체 정보 유출 등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우려를 전했다.

앞서 미 상무부 기술평가국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4일 ‘반도체 공급망 위기에 대한 공개 의견 요청 알림’이라는 글을 관보에 게재하고 공급망 전반에 걸친 기업들에 대해 설문조사에 나섰다.

설문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회사가 제조 가능한 반도체 유형부터 제품별 월매출 등까지 일일이 기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매출 상위에 있는 주력 제품에 대해서는 고객사 명단과 고객별 해당 제품 예상 매출 및 비중, 현재 확보 중인 일별 재고 수준도 적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업체들에게 ‘자발적 제출 요청’을 한 상태다. 다만 미국 정부는 45일 내 정보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들로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달 5~6일 이틀 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이사회 참석을 계기로 현지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자 면담을 갖고,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자료 제공 요청에 대한 국내 기업의 우려를 전했다.

여 본부장은 “최근 미 상무부가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자료를 요청한 데 대해 요청 자료의 범위가 방대하고 영업 비밀도 다수 포함돼 있어 국내 기업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정부의 협조를 받아 미국 정부의 정보 제공 요구에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연일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TSMC가 미 상무부 요구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 정보를 제출키로 결정하면서 당장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중국기금보는 대만 매체 중시신문망을 인용해 TSMC가 다음달 8일까지 미 상무부에 반도체 재고, 주문, 판매 등 공급망 관련 정보를 제출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다. 애플, AMD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전문 설계) 업체의 주문을 소화하고 있다. 이에 TSMC는 그동안 고객사 기밀 유지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미국의 정보 제출 요구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이번 보도대로라면 TSMC는 태도를 180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TSMC 관계자는 “미 상무부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 해결에 협조하기 위한 것이다”며 “TSMC는 그동안 관계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처한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TSMC가 정보를 제출할 경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를 향한 미국의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시장 점유율 52.9%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가 17.3%로 2위를 지키고 있다. 업계 1위가 반도체 정보를 제출한 이상 2위 이하 반도체 업체들 역시 자연스레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현지시간으로 21일 “인텔, GM, 인피니온 등이 관련 자료를 제출키로 했다”고 공개하면서 나머지 반도체 업체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