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도약 기로에 선 한국 안심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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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Talk]-제2 한강의 기적

이창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27 00:02:30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이래로 4354년,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76년, 자유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자그마치 73년의 세월이 흘렀다. 짧은 듯 길었던 역사 속에서 영욕의 세월이 맞물렸다. 지난 70년이 넘는 역사는 기적이 충만한 성공의 역사이자, 그 성공은 기적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기적을 이룩하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존재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이후 국민들은 빈곤과 혼란에 허덕였지만 꿋꿋한 기개로 극복했고 그 결과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세계 유례없는 ‘한강의 기적’이란 위업을 달성하며 건국 초기 초라하기 짝이 없었던 최빈국에서 어느덧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 밑바탕엔 기본적으로 기업, 불굴의 정신력을 지닌 국민들과 더불어 우수한 지도자들의 합심·노력·리더십 등이 깔려있다. 이에 더해 자유민주주의체제 및 자유시장경제체제가 국가 정체성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경제부흥의 중점요소는 개방과 자율을 바탕으로 한 민간중심의 시장경제체제 구축이다. 그 중 1980~1990년대 초중반을 예시로 들어보고자 한다. 전두환 정부는 격동기에 안정화 정책을, 노태우 정부는 민주화 정책,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 정책으로 시장경제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한 몫 했다. 이들 정부는 국가발전의 필수적 요건인 안정화, 민주화, 세계화라는 세 기둥을 견고하게 다짐으로써 경제성장과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런데 정작 최근 이뤄지는 경제정책은 개방과 자율보단 사회주의식 시장간섭과 규제만 난무하고 있어 우려된다. 대표적으로 주52시간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각종 반시장·반기업 정책들이 지목된다. 경제성장 활력을 퇴보시킨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결국 강행했다.

한국경제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제2한강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보다 중진국이 선진국이 되는 게 더 어렵기 때문이다.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해 중진국보다 못한 경제수준으로 후퇴한 국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개발도상국 시절엔 값싼 노동력과 물가를 기반으로 수출과 생산에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더 이상 제조업에선 경쟁력을 찾기 어려워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우리나라 역시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정책 실패에 대한 자성(自省)과 앞서 언급한 지난 역사에서 경제정책 성공 사례를 본보기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자는 “내일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현대식으로 빗대어 풀이하면 지난 역사는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과 교훈의 대상이라는 뜻이다.

경제는 정쟁의 수단이 돼선 안된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논리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경제 틀 안에 지나친 정치적 논리가 개입돼 선심성 포퓰리즘이 만연할 때 국가가 파멸하는 건 시간문제다. 포퓰리즘으로 인한 폐해로 위기를 맞은 국가들이 적지 않다. 정부·여당은 스스로 지난 정책들의 실패를 곱씹어 보고 미래를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갖춰야 한다. 국민이 힘들 때 도와주진 못할 망정 초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창현 c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