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규제강화, 실수요 보호 알맹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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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DSR 규제강화

배태용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27 00:02:36

연초부터 가계대출 관리 강화의 필요성을 피력해온 정부가 어제(26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관리방안의 핵심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시행하는 것이었다.

차주 단위 DSR 2단계 시행 시기가 6개월 앞당겨지면서 내년부터는 원칙적으로 해당 차주가 보유한 모든 가계대출의 합이 2억원을 초과하면 차주단위 DSR 40% 적용대상 차주로 분류된다. 기존에는 주택가격이 6억원을 초과할 경우 DSR 규제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대출액이 2억이 넘어도 적용한다.

정부는 갑작스럽게 DSR규제를 예고했던 만큼, 수요자들을 달랠 만한 내용도 함께 담았다. DSR 규제 도입과 함께 실수요자 보호 대책도 함께 마련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전세자금대출과 분양주택, 오피스텔에 대한 중대금 대출 등은 DSR 수준에 관계 없이 추가대출이 가능하게 했다.

본 기자는 이번 정부의 가계대출 강화와 실수요자 보호책을 수차례 되짚어봐도 실수요자의 충격은 상상이 이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기존 매매 시장, 청약시장을 모두 수요가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인데 청약 당첨자만 실수요자로 지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청약시장을 살펴보면, 서울의 청약 단지는 기존이 수백 대 1을 나타내는 상황이며 조금이라도 싼 곳은 수천 대 1까지도 기본이다. 청약 과열은 청약 통장 가입자수만 봐도 새삼 느껴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매년 역대 최다를 갱신하고 있다.

이 같이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원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의 집값 때문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청약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기존 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기존 주택시장은 가격이 너무 올라 대부분이 대출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정부가 이번 지침에 실수요자로 지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서울 청약 당첨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 중 상당수는 기존 주택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인데 서울 집값은 9억원 짜리 아파트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이러한 가운데 DSR 2단계를 이런 식으로 적용하면 사실상 집을 마련할 방도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에는 청약 당첨자 말고도 수요자들이 존재한다. 사실 훨씬 더 많다. 현재 주택 가격 수준으로는 이러한 수요자들이 대출 없이 주택을 매수하기란 불가능한 가운데 가계대출 관리한다고 대출을 극단적으로 막으면 수요자들이 갈 곳은 정말 없어진다. 청약만이 답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 청약 당첨자, 전세 수요만 실수요자라고 가정한 이번 차주별 DSR규제 강화와 실수요자 보호 방안은 매우 아쉽다.

배태용 tyba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