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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총수 장남 회사에 부당일감을 몰아준 하림에게 약 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검찰에는 고발하지 않기로 했다.
하림은 충분한 소명에도 과도한 제재가 가해진 점에 아쉽다면서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27일 “하림지주와 계열사 팜스코·선진·제일사료·팜스코바이오인티·포크랜드·선진한마을·대성축산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48억88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별 과징금은 하림지주 16억2500만원, 올품 10억7900만원, 팜스코바이오인티 7억4900만원, 팜스코 5억1500만원, 선진한마을 3억5200만원, 제일사료 2억4700만원, 대성축산 1억5900만원, 선진 1억1200만원, 포크랜드 5000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각 회사나 김홍국 회장·김준영 씨 등 개인을 고발하지 않았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부당 지원 행위 대부분이 하림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지 않은 시기에 발생했다”며 “5년 동안 총 70억원 가량이 지원돼 금액이 많지 않고 부당 지원 행위를 직접 지시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난 하림의 위법 행위는 크게 △동물 약품 고가 매입을 통한 부당 지원 △사료 첨가제 ‘통행세’ 거래 △NS쇼핑(NS홈쇼핑) 주식 저가 매각을 통한 지원 등으로 나뉜다.
우선 하림은 계열 농장에 “동물 약품은 올품을 통해서만 사들이라”고 지시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자사 구매 물량 전체를 올품에 몰아준 것이다. 계열 농장은 합리적 이유 없이 기존 약품 거래 단계에 올품을 추가해야 했다. 게다가 이 약품을 비싼 값에 구매해 올품이 높은 마진율을 기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올품은 자사 대리점에 “계열 농장에 동물 약품을 많이 팔 경우 ‘충성 리베이트’를 주겠다”고까지 했다. 그 결과 올품 대리점의 외부 매출액은 2011년 40억원에서 2016년 105억원으로 2.6배가량 급증했다. 이런 급성장은 전적으로 계열 농장의 고가 구매에 기반한 리베이트 제공 효과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하림 계열 농장이 타사 동물 약품을 자사 상품으로 대체 구매한 데는 김홍국 회장과 본부의 지시·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계열 농장은 자사 약품을 사용해야 하는 것을 의무 사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림 계열 사료 회사는 제조사에서 직접 구매하던 첨가제를 2012년 초부터 올품을 통해 통합 구매하기로 했다. 계열 사료 회사가 올품에 몰아준 첨가제 구매 물량은 국내 시장 연평균 거래액의 4%에 이른다. 사료 첨가제 제조사 1곳의 평균 시장 점유율이 0.15%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상당한 지원 규모다.
올품은 통합 구매 수행 대가로 약 3%의 중간 마진을 챙겼다. 그러면서도 계열 사료 회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역할은 그 무엇도 수행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계열 사료 회사는 ‘거래 단계에 올품을 추가할 경우 단가 경쟁에 뒤처진다’며 부정적이었음에도 김홍국 회장과 본부 지시·개입에 의해 억지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하림은 2011년 1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옛 올품이 보유하던 NS쇼핑 주식 3.1%를 외부에 팔아야 했다. 공정위의 ‘손자회사 외 국내 계열사 주식 소유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해서다.
이에 하림은 2013년 1월 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가 보유하던 옛 올품 주식 100%를 당시 지주사 체제 밖에 있던 회사 한국썸벧판매에 매각함으로써 이 규정을 지켰다. 향후 한국썸벧판매는 올품과 합병했지만 당시에는 지주사 체제 밖 회사였기 때문에 법 위반 소지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하림지주가 한국썸벧판매에 매각했던 올품의 주식 가치는 1주당 1129원으로 평가했다. 해당 시기 올품이 보유하던 NS쇼핑 주식 가치는 1주당 7850원으로 계산해 반영했다. 해당 시기 비상장 상태였던 NS쇼핑은 장외 시장에서 5만3000~15만원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 하림은 이를 6.7~19.1배 싸게 넘긴 것이다.
공정위는 “하림지주는 당시 옛 올품 주식을 매각하면서 NS쇼핑 주식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옛 올품 주식을 한국썸벧판매에 저가로 매각한 것이다”며 “이는 모두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하림은 공정위가 약 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조사와 심의과정에서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라는 제재 사유들에 대해 조사 및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림은 “하림그룹 계열사들은 동일인 2세가 지배하는 올품을 지원한 바가 없고 통합 구매 등을 통해 오히려 경영효율을 높이고 더 많은 이익을 얻었다는 점, 올품이 보유하고 있던 NS쇼핑의 주식가치 평가는 상증여법에 따른 적법평가였다는 점 등을 객관적 자료와 사실관계 입증을 통해 명확히 소명했다”고 했다.
하림은 “공정위의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이를 검토하여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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