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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부문 공공미술에만 엄격한 잣대를 대는 현행제도
/세금 쓰는 공공기관 공공디자인-미술 사업이 더 허술
/인천 중구 ‘청년김구 거리’ 조악한 김구동상으로 빈축
/문화선진국에 걸맞은 고품격 공공미술 진정 요원한가
우리나라 공공미술계에 이해하기 어려운 기현상이 하나 있다. 현재 대형 건축물에 법적으로 설치하게 되어 있는 ‘건축미술작품’, 과거엔 공공조형물이란 이름으로 불렸던 건축미술작품은 광역지자체에서 전문가들을 위촉하여 설치 승인 여부를 심의한다. 아무리 시 행사나 건축주의 돈으로 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예술성은 공공의 미적 향유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엄격하게 심의하고 있다. 한때 워낙 여론이 좋지 않았기에 엄격한 심의가 이해도 간다. 하지만 경기도 같은 경우 2020년 탈락률이 100%였던 적도 있었다. 명색이 국내 정상급 작가들의 작품들이 심의에서 전원 탈락했다는 것은 어딘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일각에서는 탈락이 몇 차례 반복되면 포기하고 기금 기부로 해결할 수 있는 심의제도를 악용해 의도적으로 탈락률을 높였다고도 한다. 민간이 자기 돈 들여서 하는 사업에 이 정도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행정권 남용이다. 민간이 이렇다면 공공부문에서의 사업엔 어떠해야 할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공공부문에서 시행하는 사업에서는 무슨 심의나 심사가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부실해 보인다.
작년 말부터 금년 상반기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기초자치단체마다 일괄 교부하고 지자체에서 매칭하여 각각 4억원 규모의 ‘우리동네 미술프로젝트’가 전국 각지의 시군구 단위 지역에서 시행된 바 있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일자리 창출의 취지도 있었다지만 그 선정과정은 사실 잡음이 너무 많았다. 물론 좋은 성과를 얻은 지자체도 많다. 그 결과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예산에 의해 집행되는 사업이 민간부문 사업에 비해 심사나 심의에서 너무 부실로 한 게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든다. 지역의 사업 과정들을 살펴볼 때 대체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도 서울이나 경기도의 민간 부문 건축미술작품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혹독하게 진행된다. 무언가 바뀐 느낌이 든다.
우리 겨레의 큰 스승인 백범 김구를 기리는 ‘청년 김구거리’가 인천 중구 신포동 일대에 조성되었다 해서 잠시 둘러보았다. 20세 청년 시절 명성황후 시해범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되었다가 탈출한 ‘인천감리서’ 터를 중심으로 기념거리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참 때를 잘 맞추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의 빅히트로 전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문화강국을 간절히 염원한 백범 선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점에 청년 김구의 선양사업이 공공미술을 곁들여 이루어진 점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감만 안고 돌아섰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디자인적 완성도는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테마 거리 조성사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조각으로 표현되는 동상인데, 거기서 문제가 되었다. 전체 콘텐츠를 압축적으로 상징하고 설명해주는 것이 인물 동상이다. 그런데 그 핵심적인 인물 동상이 왜소하고 늙은 모습이다 보니, 6척 장신의 김구, 그것도 혈기왕성하고 의협심 강한 청년 김창수(김구)의 모습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등신상에도 못 미치는 왜소함과 인물 표현도 조잡하고 브론즈 재질도 값싼 것으로 한눈에 기품이 없어 보이는 모습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듯 조잡한 동상이 복제되어 거리 끝에 다시 등장한다. 모친 곽낙원 여사와 함께 인천항을 굽어보는 모습도 의도는 좋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이 총 10억원대가 넘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통 문체부에서 추진해 온 ‘우리마을 프로젝트’의 경우 공모가 3억원이면 1개 동 전체를 테마파크로 탈바꿈시켜온 전례들에 비추어 보아도 퀄리티와 심미성이 너무 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조달청 입찰 방식에 의해야 하고, 그 결과 유능한 작가들은 대부분 배제되고 기준 조건을 충족시키는 자격 업체만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의 조각상에 비중을 두지 않고 있는 원인이 거기에 있다. 그러한 제도상의 문제는 그렇다 치자. 그러면 해당 기관에서는 선정된 제안내용에 대해 보다 세심하게 체크하고 전문가 자문에 의해 조정과 보완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지역 내에 많은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중대한 사업에 관할 관청에서는 심의나 심사 및 심사 후 조율 과정이라는 것을 거쳤는지 묻고 싶다.
물론 주변 환경이 복잡하고 부지가 좁아서 등신 크기로 작게 만들었던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등신상에도 못 미치는 크기일지언정 더 표현과 완성도에 역점을 두었어야 할 일이다. 솔직히 동상은 없어도 되는 것이었다. 특히 선생이 수감되었던 인천감리서 터에 벽화와 함께 설치된 노역하는 장면의 조각상은 너무 생각이 없이 수행했다는 느낌이 든다. 힘겨운 강제노역을 하면서도 우국 청년의 항일 투쟁의 기개나 투혼 같은 것이 번득이는 미장센이 아니라면, 아예 그런 조잡한 조각상 같은 것은 안 했어야 옳다. 했어야 한다면 공간으로 보나 인물의 심경과 성격 등의 디테일을 살리기 좋은 부조 양식으로 가는 게 그나마 최선이 아니었을까.
차제에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공공디자인이나 공공미술 사업은 예술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우 경직된 조달 기준에 따른 공모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일거수일투족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세계인들이 볼 때 역시 대한민국이 하는 일은 달라도 확실히 다르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배우게 해야 한다. 상당액의 세금을 투입해 시행한 사업이, 그것도 우리 독립의 상징인 백범 선생에 관련된 사업을 민망하기 짝이 없는 초라한 모양새로 펼쳤을 때 부끄러움은 그저 국민들의 몫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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