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삼성 최우선 과제는 상실한 ‘이건희 정신’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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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 삼성 원동력 된 도전·혁신·창조 ‘이건희 경영’
총수부재 후 무사·안일 정신에 완성형 인재영입 급급
격변하는 시대·상황 속 성장 해법 ‘삼성의 정신’ 계승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01 00:02:31

‘한국경제의 거인(巨人)’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예로부터 ‘인명은 제천’이라 했지만 살아생전 우리 국민에게 너무도 많은 선물을 선사했기에 그의 부재가 유독 아쉽게 느껴진다. 삼성이 만들어 낸 일자리, 삼성이 추진한 사회공헌 활동, 삼성이 낸 막대한 세금 등은 국민 생활을 더욱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었다. 실로 ‘위대하다’는 표현밖엔 떠오르지 않는 엄청난 성과다.

고 이 회장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걱정이 더욱 큰 이유를 차지할 지도 모른다. 나라경제는 물론 국민 개개인의 생활까지 장담하기 어려운 암울한 현실이 고 이 회장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이재용 시대의 삼성이 이건희 시대에 이룩한 위대한 업적을 재현해내길 바라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 안타깝게도 지금의 삼성에선 ‘이건희 시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는 ‘이건희 정신’이 사라졌다는 표현이 더욱 가깝다. 이건희 정신으로 대표되는 도전과 혁신, 창조, 초일류 목표에 걸맞은 인재양성 등의 모습을 지금의 삼성에선 찾아보기 어려워진 탓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각종 사법리스크로 초유의 총수부재 사태까지 겪었던 삼성엔 무사와 안일, 적당한 성과, 눈치보기 등만 남은 모습이다.

당장 분명 존재하면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컨트롤타워만 봐도 그렇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은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시킨 후 주력 사업 별로 컨트롤타워와 흡사한 조직을 ‘테스크포스(TF)’라는 이름으로 탄생시켰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여기까지는 분명 옳은 결정이었고 삼성 주주들 역시 그 취지에 공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의 태도다. 과거 미전실과 달리 3개로 나뉜 컨트롤타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수면 아래서만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컨트롤타워 수장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등기임원을 맡고 있지 않다.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없는, 심지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일말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고 있는 셈이다. 과거 도전과 혁신을 선언하고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 작은 책임까지 모조리 본인 책임으로 돌렸던 고 이 회장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인재양성의 요람으로 불렸던 삼성에서 화려한 이력을 지닌 외부인사 의존도가 높아진 모습 또한 ‘이건희 정신’과 분명 어긋나 있다. 과거 고 이 회장은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고 영입해 완전히 ‘삼성사람’으로 탈바꿈 시켜 삼성의 발전을 도모하게끔 했다.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영입해 능력을 발휘하게끔 ‘양성’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은 발전형 인재의 양성이 아닌 완성형 인재의 영입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삼성전자 의사회 의장에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앉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화려한 이력을 지닌 인사를 영입해 회사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과연 삼성에서 길러진 인재만큼의 애사심과 로열티를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애사심과 로열티는 위기 상황에서의 희생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다. 그래서 무조건 옛 것이 좋다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다만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진리라는 게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상황에서든지 통하는 기본 중에 기본을 뜻한다. 고 이 회장이 살아생전 강조했던 도전과 혁신, 창조, 초일류 등도 마찬가지다.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 삼성그룹 창업주 시대에서부터 전해져내려 온 삼성의 정신이다. 고 이 회장은 그 삼성의 정신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러나 3대에 걸쳐 내려오고 거대한 악재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일군 이건희 정신, 즉 삼성의 정신이 많이 퇴색됐다. 지금의 삼성에선 예전이 삼성이 보이지 않는다. 재계 안팎에서, 그리고 삼성의 OB들 사이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온다. 어떤 일이든 철저히 완벽함을 추구하고 타 기업과 철저히 다른 면모를 보였던 예전 삼성의 모습을 보고 싶다. 경영복귀 신호탄을 쏜 이재용 부회장은 충분히 해낼 것으로 믿는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