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오랑과 세오녀의 나라 다파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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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오랑과 세오녀의 나라 다파나국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석탈해 계통의 일본 망명사건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1-11-07 12:51:11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삼국유사』<기이>편에 실려 있다. 신라 8대 아달라왕 때에 두 부부가 일본으로 건너가 왕과 왕비가 된 이야기이다. 특히 두 부부가 각기 출발한 동해 바닷가는 영일현(迎日縣)으로 지금의 경북 포항 호미곶이다. 동해 일출이 유명하여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이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 속의 일본

연오랑과 세오녀가 건너간 일본은 어떤 나라일까? 일연은 『일본제기』를 검토한 사실을 밝히며 그 당시 신라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왕이 된 사람이 없다고 못 박는다. 다만 혹여 연오가 정말로 왕이 됐다면 변방 고을의 작은 왕이지 진정한 왕은 아닐 것이라고 부연한다.

역사학계는 일연의 판단을 준용해 일본 혼슈(本州)섬 주고쿠(中國)지방의 시네마(島根)현 이즈모(出雲)지역 또는 북쪽의 오기(隱岐)섬 등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결정적인 단서가 『신라사초』에 나온다. 아달라왕 4년(서기 216년·『삼국사기』 서기 157년) 4월 기록이다. ‘다파나가 영오랑을 왕으로 삼았다[多婆那以迎烏郞爲君].’ 영오랑(迎烏郞)은 『삼국유사』의 연오랑(延烏郞)이다.

다파나국은 고구려 개국공신 협보(陜父)가 일본열도에 세운 나라이다. 또한 협보와 혈연관계를 맺고 있는 석탈해의 출신지이다. 5대 파사왕 때인 서기 135년, 석탈해 계통의 삼니금이 왕통이 끊긴 협보계통을 대신해 다파나국 왕을 승계한 석탈해의 나라이기도 하다. 연오랑은 삼니금에 이어 90여년 만에 또 한 번 다파나국의 왕이 된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정치적 망명사건

『삼국유사』 설화는 연오랑과 세오녀를 동해 바닷가에 사는 어부 정도로 신분을 묘사한다. 그러나 설화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의 신분이 전혀 다름을 알 수 있다. 연오랑의 경우 다파나국 사람들이 ‘매우 특별한 사람(非常人)’으로 여기며, 세오녀는 ‘귀비(貴妃)’가 된다. 이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신분이 일반 평민이 아닌 귀족 또는 왕족 출신임을 시사한다.

연오랑과 세오녀가 다파나국으로 건너간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설화에 단서가 나온다. 연오랑과 세오녀가 해와 달을 가지고(일식현상) 다파나국으로 건너가자 아달라왕은 급히 사신을 보내 연오랑의 귀국을 요구한다. 그러나 연오랑은 이를 거부하고, 대신 세오녀가 짠 명주비단을 사신에게 주며 해와 달이 다시 신라로 돌아갈 것이라고 알린다. 이는 연오랑과 세오녀가 다파나국으로 건너간 이유를 설명한다. 두 사람은 박씨왕조 아달라왕에게 정치적 불만을 가지고 또는 핍박을 당해 다파나국으로 망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