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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형편 탓에 독학으로 골프 배워
어설픈 스윙이지만 PGA 통산 12승
여친 불임 알고도 결혼 후 남매 입양
암환자·불우이웃 돕는데서 행복 찾아
생명 상징 ‘핑크색 사랑’으로 유명세
전 세계 최정상급 골퍼들이 경쟁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는 현재 왼손잡이 골퍼 두 명이 활약 중이다. 손으로 하는 야구와 농구 등 다른 운동과 달리 골프에서는 왼손잡이가 극히 드물다. 만 50세를 넘겨 챔피언스 투어와 PGA 투어를 왔다갔다하며 활약하는 필 미켈슨과 버바 왓슨이다. 필 미켈슨은 포크질, 글쓰기 등 일상생활에서는 모두 오른손을 사용하고, 골프만 왼손으로 치는 케이스다. 전형적인 왼손잡이는 왓슨뿐이라는 얘기다.
솔방울을 치면서 스윙 연습
1978년생인 왓슨은 주민 수 5000명도 채 안 되는 소도시인 미국 플로리다주 바그다드에서 태어났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독학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그가 받은 유일한 골프 레슨은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뿐이었다. 어렸을 땐 골프공 대신 솔방울을 치면서 스윙을 연습했다. 왓슨의 아버지는 골프채를 잡는 방법만 알려주었을 뿐이었다. 보다 멀리 치기 위해서는 공을 세게 쳐야 했고, 그러려면 백스윙이 길어져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했다.
이런 탓에 그는 오버 스윙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의 스윙은 정통이 아니다. 하지만 정답이 어디에 있겠는가. 독학으로 골프를 배운 탓에 스윙 폼이 엉성해 보이지만 임팩트 시 양발이 지면에서 떨어질 정도로 체중 100%를 볼에 싣는 다이내믹한 스윙으로 초장타를 날린다. 그를 골프계의 좌파라고 부르는 이유다.
자기 스스로 스윙을 만들었기에 정석 스윙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2회 우승을 포함해 PGA 통산 12승이 말해주듯이 그는 자기만의 독특한 스윙으로 PGA투어를 제패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선수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소속팀인 조지아 대학이 남동부 대학연맹(SEC)에서 우승하는데 기여했으나 이렇다 할 명성을 날리지 못했던 왓슨이었다.
PGA투어 장타왕에 오르다
2002년 PGA투어에 데뷔한 왓슨은 2007년 PGA투어에서 드라이버 평균 거리가 315.2야드를 기록해 장타왕에 올랐다. 당시 그의 볼 스피드는 시속 312km에 달했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때는 424야드를 날려 2014년 PGA투어 최장타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커다란 부와 명예를 가져다 준 골프는 그의 삶에서 전부가 아니었다. 다섯 번째 순위에 불과하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다. 그리고 아내와 가족,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다. 골프는 그 다음이다. 골프는 그에게 감사다. 부와 명예를 거머쥐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에서 신을 알리는 도구이자 재능으로 쓰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왓슨은 우승을 위해 스윙을 하지 않는다. 신앙을 위해 골프채를 잡는다. 그가 자기 자신을 프로골퍼라기보다 크리스천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그는 핑크색 드라이버로만 스윙을 한다. 그렇게 친 공이 300야드 이상 날아갈 때마다 생명을 살린다. 300달러씩 암환자를 돕는 기부금을 쌓아오고 있다. 이글이나 버디를 잡을 때에는 100달러씩을 쾌척한다. 100만달러를 모으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핑크 색깔은 힘과 자신감
왓슨이 더욱 유명세를 탄 것은 남자 골프에서는 보기 드문 ‘핑크 사랑’ 때문이다. 왓슨은 2009년 마스터스에서 핑크색 옷과 드라이버, 장갑으로 꾸미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그의 골프백에는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온통 핑크빛이었다. 왓슨이 한국산 골프공 제조업체인 볼빅과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골프숍에서 직접 볼빅 골프공을 구입해 테스트를 한 뒤 볼빅에 먼저 연락해 맺어진 이 계약은 비록 10개월 만에 끝났지만 그의 핑크사랑은 여전하다. 핑크를 볼 때마다 힘이 솟고 자신감이 생겨난다고 한다. 13살 때부터 30년가량 인연을 맺어온 미국의 세계적인 골프 용품업체 핑은 왓슨이 좋아하는 색이자 트레이드 컬러인 ‘핑크’를 넣어 클럽을 만들어줄 정도다.
왓슨은 워낙 마음이 여려서 울보 골퍼로도 유명하다. 2010년 PGA투어 트레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 골프를 처음 알려준 아버지께 승리를 바친다며 펑펑 울었다. 식도암 투병 중이던 왓슨의 아버지는 아들이 PGA투어 첫 승을 거둔지 4개월 만에 숨졌으니 병상에서나마 아들의 우승을 지켜본 게 다행이었다. 그의 핑크색 드라이버와 암환자를 위한 300달러 기부는 아버지를 기리며 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왓슨 부부는 2014년 버바 왓슨 재단을 설립했다. 자선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왓슨의 삶의 방향과 정체성이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기독교 신앙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원래 골프에 적합한 성격이 아니었다. 매우 신경질적이었고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플레이로 악명이 높았다. 그러던 중 농구 선수 출신인 아내 앤지와 2004년 결혼한 뒤 교회에 본격적으로 다니며 신앙을 갖게 됐다. 앤지는 조지아 대학 농구팀 선수였고 유럽과 미국의 여자프로농구리그에서 짧은 선수생활을 했다. 왓슨은 190cm의 장신이지만 192cm인 아내보다 키가 작다.
왓슨은 아내 앤지가 뇌 질환으로 임신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도 결혼을 결정했다. 사귀던 연인이 불임녀라고 해서 포기할 수 없었다는 왓슨은 의리파였다. 그렇지만 그들 부부에겐 2012년생인 아들 칼렙과 2014년생인 딸 다코다가 있다. 물론 둘 다 입양아다. 그가 우승할 경우 두 자녀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가정적인 가장이기도 하다.
캔디 가게 등 다양한 비즈니즈
그는 지역사회 발전에도 열심히 나선다. 지역 야구팀의 구단주이기도 하고,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고 아동병원을 후원하고 있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샵을 열고 자신의 이름으로 캔디 가게도 냈다. 골프를 통해 번 돈으로 지역에 투자한 비즈니스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왓슨은 사업을 왕성하게 벌여 주변의 불우이웃과 암환자들을 돕는 데서도 행복을 찾고 있다.
그가 주변을 돕는 것은 어린 시절에 대한 보은이다. 가난한 탓에 대회에 나갈 경비가 없었지만 그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 그 때부터 자선에 관심을 갖게 됐고 가진 것을 나눠 주는 것이 인생에 중요한 부분이 된 것이다.
올해 43살인 왓슨은 여전히 투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경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성기만큼의 기량은 아니지만 투어 전문가들이 우승 예상자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정상급 기량을 갖췄다. 하지만 2018년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이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팬들이 그의 우승을 기다리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그의 우승은 사회를 보다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데 늘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왼손잡이 골퍼 왓슨의 선전을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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