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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건설사의 공공부지 매입·개발 과정에서 수원시와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한화건설이 무려 9차례나 유찰됐던 과거 세무대학 부지를 매입해 개발을 진행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 “확신 없이는 추진하기 힘든 일이 수원시의 행정적 지원 덕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건설업계 안팎에서 일고 있다.
포레나 수원장안이 위치한 옛 국세공무원교육원 부지는 한화건설이 계열사를 통해 매입하기 전까지 공개입찰에서 9번이나 유찰됐다. 부지 대부분이 제1종 일반주거지역과 자연녹지지역으로 구성돼 있어 대규모 개발사업이 어려울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화건설은 해당 부지를 약 1200억원에 매입했고 수원시의 행정적 지원에 힘입어 아파트 단지 건설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해당 사업으로 한화건설은 6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9번 유찰된 개발 불모지, 한화건설 매입 후 녹지·1종→2종 종상향 일사천리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일원에 위치한 한화건설 ‘포레나 수원장안’ 부지는 원래 건설업계의 관심과 동떨어진 곳이었다. 옛 국세공무원교육원 부지였던 이곳은 2015년부터 공개매각 입찰이 진행됐지만 2018년 3월 한화건설의 자회사 에이치피앤디가 약 1186억원에 사들이기 전까지 무려 9차례나 유찰됐었다.
해당 부지 입찰이 9차례나 유찰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됐다. △부지용도가 자연녹지와 제1종 일반주거지역 위주였기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건설사업이 진행된다고 해도 출입로가 확보되지 않은 점 등이다. 자산관리공사는 이곳 부지에 대한 감정평가서에서 “해당 부지의 출입로는 중부지방국세청 사유지이기에 사용불가”라는 내용을 첨부했다.
한화건설의 부지매입 결정에 주변의 우려가 뒤따른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출입로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제1종 일반주거지역엔 용적률 등 제약으로 인해 5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단기간 내에 1000억원대 부지매입 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주변의 우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불식됐다. 한화건설의 아파트 단지 건설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탓이었다. 한화건설은 옛 국세공무원교육원 부지 매입 후 약 1년간 출입로 확보를 위해 주변 대지를 중부지방국세청과 개인 등에게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출입로 문제가 해결됐다. 이후 한화건설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을 골자로 한 대규모 개발계획을 수원시에 제출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수원시는 옛 국세공무원교육원 부지의 용도변경과 종상향을 결정했다. 수원시가 지난해 4월 고시한 ‘수원 도시관리계획(장안 지구단위계획) 결정 및 지형도면고시’에 따르면 현재 포레나 수원장안이 지어지고 있는 부지는 옛 국세공무원교육원 부지를 포함한 7만5968㎡ 규모의 ‘장안 지구단위계획구역’이다. 이전까지 전체 부지 중 제1종 일반주거지역과 자연녹지지역은 각각 5만2904㎡, 1만9945㎡ 등이었다. 나머지 3199㎡만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었다.
용도변경 이후 부지 내 제2종 일반주거지역 면적은 7만3838.7㎡로 대폭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제1종 일반주거지역은 2만129.3㎡로 축소됐고 자연녹지지역은 아예 사라졌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 등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27층 이하의 공동주택(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다.
건설 사업에 본격 착수한 한화건설은 지난해 2월 포레나 수원장안 분양을 실시했고 완판에 성공했다. 포레나 수원장안 분양 완판으로 한화건설이 일으킨 매출은 6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한화건설은 포레나 수원장안을 분양하면서 분양가를 평(3.3㎡)당 1843만원으로 책정했다. 주변 시세 대비 다소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윗분 허락 필요…개발확신 없었다면 부지매입 안했을 것”
건설업계 안팎에선 한화건설 포레나 수원장안 개발사업을 두고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수원시의 특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업이 이상하리만큼 일사천리로 진행된 데다 외부에 공개된 내용만으론 한화건설이 파격적인 수준의 혜택을 제공받은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한화건설이 토지용도변경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해당 부지 매입비용을 단기차입금 명목으로 매입한 점 등에서다.
포레나 수원장안 개발사업에 대한 한화건설의 기부채납 비율은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개발사업과 비교해 특별히 높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기부채납은 사업자가 재건축·재개발에서 일정부분의 땅에 공공시설을 설치해 국가나 지자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자체는 기부채납에 대한 조건으로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준다.
사업상의 불안요소가 분명함에도 수천억원대 자금 투입이 결정됐고 이를 단기차입금으로 마련한 점도 의구심을 사는 대목이다. 한화건설이라는 거대그룹의 계열사가 막연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자금운용에 나설 확률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한화건설 100% 자회사 에이치피앤디가 부지매입을 위해 투자회사 에이치휴먼시티로부터 단 1년 만기로 1350억원을 조달한 점도 사전에 행정적 지원에 확신을 가진 정황적 근거로 제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회 관계자는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은 큰돈이 오고가는 만큼 ‘윗분’들의 허가 없인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특히 종상향이 필요한 경우라면 애초에 부지매입조차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종상향 승인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화건설 정도 되는 건설사가 종상향이 요구되는 사업을 추진하게 된 건 고위 관계자가 납득할만한 결정적 이유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개발사업 리스크로 지목됐던 요소들이 해소될 것이란 일종의 확신이 있었던 정도가 아니었다면 상식적인 범위 내에선 부지 매입 결정에 대한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한 관계자 역시 “용도변경 내막이 어떤 성격이든 간에 수원시 결정이 한화건설의 이익으로 귀결됐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며 “지자체가 공공부지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등의 순수한 이유로 공공부지 개발을 협조해줬을 가능성도 있지만 모든 건설사에 대한 협조가 조건이었다면 애초에 9번이나 공개입찰이 유찰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다수 건설사가 부담스러워 했던 불안요소들이 한화건설 매입 후 일사천리로 해소된 점에 대해선 의구심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 인·허가가 필요한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련의 의혹과 관련해 수원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방치된 공공부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옛 국세공무원교육원 부지 일원의 용도가 변경된 것이다”며 “부지 입찰 전엔 용도변경이 추진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포레나 수원장안 건설 과정에서 녹지조성, 방음벽 설치 등으로 공공에 기여했다”며 “(개발사업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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