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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주로 어디에 있을까. 뇌에 있을까? 아니면 몸에 있을까. 도대체 출처가 어디길래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곤 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기 전에 미리 알아둬야 할 게 있다. ‘생각’이라는 표현의 함축성이다. ‘생각’만큼 수없이 많은 개념을 담고 있는 단어는 드물다. ‘생각’은 ‘기억’이라는 표현으로도 대체된다. ‘개념’도 생각이고, ‘상상’ ‘추측’ ‘지식’ ‘판단’ ‘믿음’ ‘의지’ ‘의도’ ‘결의’ 등과 같은 어휘도 모두 생각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렇게 많은 의미를 한 단어로 함축할 수 있다 보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언어 중에 하나가 ‘생각’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알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령, ‘배고픈데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먹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당신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거의 중첩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생각할 수 있는 존재. 이런 심리적 중첩과 역동은 거의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고 다른 순간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다층적인 ‘알아차림’의 마음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알 수 있는 존재. 뭔가에 집중하고 있으면서, 그 뭔가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입체적 의식의 생명계인 것이다.
‘생각’ 속으로 들어갔다가 ‘생각’ 밖으로 빠져나오기
하지만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것과 능력을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모든 생명계에서 유일하게 거울 속 거울처럼 중첩된 의식 구조를 갖고 있지만, 어쩌면 당신은 하루 중 대부분 이 능력을 활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활용하지 않는다고? 나는 아닌데!’ 당신의 반발 또한 이해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서 빠져나와 제3자처럼 스스로를 주시하곤 한다는 의미다. 이 글이라는 대상을 집중하는 순간과 이 글을 읽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반복되는 과정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집중과 객관적 관찰’이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집중과 그 생각을 제3자처럼 주시하는 관찰력이 작동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의 사례를 보자.
한때 열대 밀림에서 원숭이를 잡기 위해 잘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사냥꾼은 원숭이가 잘 다니는 길목에 입구가 좁고 둥근 항아리 하나를 놓아둔다. 그 항아리 바닥에는 주먹만한 크기의 망고 하나가 놓여 있다. 그걸로 원숭이 사냥 준비는 끝이다. 얼마 후, 호기심 많은 원숭이가 그 항아리를 발견했다. ‘여기 이상한 게 있어!’ 원숭이는 동료들한테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한 후 그 항아리에 다가갔다. 꺅꺅거리며 원숭이는 항아리 입구를 만져보기도 하고, 눈을 들이대어 그 내부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런데 그 항아리에서 달콤한 망고 향기가 솔솔 풍기는 게 아닌가. 망고구나! 원숭이는 입구에 손을 슬슬 집어 넣어본다. 긴 팔이 겨우 들어갈 정도긴 하지만 별 문제는 없는 듯하다. 신이 난 원숭이는 팔을 길게 뻗어 항아리 바닥에 있는 망고를 잡는 데 성공한다.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냥꾼은 느긋하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잘 알기 때문이다. 저 원숭이는 이제 내 손아귀에 잡히게 돼 있거든! 바라던 결과를 목전에 둔 사냥꾼은 희희낙락이다. ‘난 손아귀에 잡힌 망고를 놓아버린 원숭이를 본 적이 없어.” 사냥꾼의 예상대로 그 원숭이는 다가오는 사냥꾼을 쳐다보면서도 쥐어잡은 망고를 놓지 않고 항아리에서 손을 빼려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쥐고 있는 망고 때문에 부피가 두 배로 늘어난 원숭이 손이 좁아터진 입구 밖으로 빠져나올 리 없다. ‘이런 바보를 어디다 써먹지!’ 히죽거리며 사냥꾼이 오늘의 수확물을 손으로 잡으려는 순간, 그의 모자가 갑자기 하늘로 붕 뜨는 게 아닌가. ‘아이쿠, 내 모자!’ 하면서 허공을 쳐다보던 사냥꾼은 그 순간 온몸이 그대로 얼어붙은 듯했다. 수십, 수백 마리의 원숭이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밀림에서 원숭이 잡는 법’은 세월이 흐르면서 ‘원숭이가 사냥꾼 잡는 법’으로 발전한다. 방금 이 자리에서 새로운 버전이 생긴 것이다. 항아리에 손을 넣은 원숭이의 생각과 원숭이를 유인하여 생포해왔던 사냥꾼의 생각(기억)을 희화화시켜 보았다.
분명한 것은 당신 삶의 어느 한 지점이 저 사냥꾼과 유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기억이라는 생각’에 묶여서 주변의 원숭이 떼를 ‘의식(생각)’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문제. 말했다시피 ‘생각’은 그물처럼 커다란 함의를 지닌 언어이다. 당신이 말하는 ‘생각’과 ‘기억’은 같은 의미일까 다른 의미일까. 사실상 같은 의미다. 당신이 말하는 ‘생각’과 ‘개념’ 또한 다른 언어이면서 유사의미다. ‘내 생각은 이렇소!’ ‘내 기억은 이렇소!’ ‘내 개념은 이렇소!’를 서로 다른 뜻으로 이해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과 ‘생각이라는 언어가 담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애써 구분하려 든다. 즉, ‘생각’은 뭔가 흔한 심리적 개념이고 ‘의지’나 ‘지식’은 ‘생각’과는 다른 개념의 그 무엇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분별한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 ‘상상’ ‘추측’ ‘예측’ ‘지식’ ‘판단’ ‘믿음’ ‘의지’ ‘의도’ ‘결의’ 등등 다양한 양태의 언어 또한 결국은 ‘생각’일 뿐이다. ‘생각’이라는 표현과 품격이 다른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다양하게 개념화된 생각을 하루에 5만 내지 7만 번 정도 한다.
수영 중에서 가장 속도감 있는 종목이 접영이다. 선수들은 머리를 물속에 넣었다가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으면서 기록을 세우고자 한다. 게임에서는 물속에 줄곧 머리를 넣고 가는 선수나 머리를 줄곧 물 밖에 내놓고 가는 선수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때 물을 생각이라고 한다면, 수영선수는 생각이라는 물에 머리를 완전히 넣었다가 생각이라는 물속에서 머리를 완전히 빼는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반복하면서 전진한다. 이것이 당신의 ‘기억’ ‘상상’ ‘추측’ ‘예측’ ‘지식’ ‘판단’ ‘믿음’ ‘의지’ ‘의도’ 즉, ‘생각’과 ‘관찰’을 잘 사용하는 방법이다.
명상은 생각을 붙들고 늘어지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이다. 명상은 원숭이를 붙잡아 왔던 과거 기억에 집착하는 사냥꾼의 ‘생각’을 바라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우리는 다 잡았다고 ‘생각’한 것을 놓치곤 한다. 이때 당신은 ‘생각’에 빠진 것인가 ‘생각’을 관찰했던 것인가.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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