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에 사신을 파견한 왜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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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신라에 사신을 파견한 왜여왕

야마대국의 교역 요청을 허락한 신라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1-11-10 11:14:40

『삼국사기』<신라본기> 8대 아달라왕 기록이다. ‘20년(서기 173년) 5월, 왜여왕 비미호가 사신을 보내 예방했다[二十年夏五月倭女王卑彌乎遣使來聘].’ 왜여왕 비미호(卑彌乎)가 173년 신라에 사신을 파견한 내용이다. 왜는 임나가 아닌 야마대국(邪馬臺國)이다. 『삼국사기』가 이 부분에 한해서만큼은 한반도의 임나와 일본열도 왜를 명확히 구분한다.

일본 고대 소국 야마대국의 신라 방문

야마대국은 고대 일본의 야오이(彌生)시대(기원전 3세기~기원후 3세기) 후기에 존재한 일본열도 소국이다. 『삼국지』<위서> 왜인전을 보면 당시 일본열도에 소재한 30여개 소국이 나온다. 이 중 야마대국은 여왕 비미호(히미코)가 다스린 나라이다. 야마대국의 위치에 대해선 두 가지 설이 있다. 규슈(九州) 북부의 ‘규슈지역설’과 혼슈(本州) 기나이(畿內·오사카)지방의 ‘기나이지역설’이다.

두 설은 일본학자들 조차 서로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나 대체적으로 ‘규슈지역설’에 무게를 둔다. 참고로 ‘규슈지역설’은 규슈대학과 도쿄대학 학자들이 주장하고, ‘기나이지역설’은 교토대학과 오사카대학 학자들의 주장이다. 모두 자신들의 연고지를 주장한다. 이들의 논쟁은 사실여부를 떠나 ‘없는 역사도 만들어 내는’ 일본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왜여왕이 중원왕조 위(魏)에 사신을 파견한 기록이 『삼국지』<위서> 왜인전에 나온다. ‘경초 2년(서기 238년) 6월, 왜여왕이 대부 난승미 등을 보내 군에 이르러 천자에 조헌할 것을 청하니 태수 유하가 관원과 장수를 보내 경도까지 호송했다. 그 해 12월, 조서를 내려 왜 여왕에게 이르길 ‘친위왜왕 비미호에게 제조한다’ 했다.[景初二年六月倭女王遣大夫難升米等詣郡求詣天子朝獻太守劉夏遣吏將送詣京都其年十二月詔書報倭女王曰制詔親魏倭王卑彌呼].’ 이 때는 위나라 2대 명제(조예) 시기에 해당한다. 명제는 답례로 비미호에게 ‘친위왜왕(親魏倭王)’의 인장을 수여한다. 중원왕조가 야마대국의 일본열도 대표권을 인정한다.

『삼국사기』 기년 설정의 오류

그런데 왜여왕 비미호가 신라에 사신을 파견한 『삼국사기』기록이 『신라사초』에도 나온다. ‘20년(서기 232년) 5월, 왜여왕이 동생 박비고 등을 보내 토산물을 바치고 물품과 재화를 교역하기를 청했다. 이에 왜전을 설치하고 왜와 교류하기로 하였다[二十年五月倭女王遣其弟狛比古等獻其土物請交易物貨乃立倭典與之通聘].’ 파견사신이 왜여왕 동생 박비고(狛比古)인 점과 신라가 왜와 교류하기로 결정한 점이 추가된다. 다만 두 기록의 발생년도는 다르다. 똑같은 아달라왕 20년인데도 『삼국사기』는 173년이고, 『신라사초』는 232년이다. 1주갑(60년) 차이가 난다.

실제 발생년도는 몇 년일까? 앞의 『삼국지』<위서> 기록이 단서이다. 왜여왕이 위에 사신을 파견한 해가 경초 2년인 238년이다. 이는 왜여왕이 먼저 신라에 사신을 파견하고 이어 위에 사신을 파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삼국사기』 기년이 맞다면 왜여왕 비미호의 신라, 위의 사신파견 시간격차는 66년이며, 『신라사초』 기년의 시간격차는 6년이다. 왜여왕 비미호의 생물학적 나이를 감안하면 『삼국사기』 기년설정은 오류이다.

정리하면 왜여왕이 신라에 사신을 파견한 실제년도는 『신라사초』의 232년이다. 다만 『삼국사기』는 아달라왕 기년을 정리하면서 발생년도 설정에 착오를 일으킨다.

특히 『신라사초』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전한다. 비미호의 사신파견은 단순한 외교행위가 아니라 실질적인 교역행위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이다. 특별히 왜국사신의 영접을 관장하는 왜전(倭典)을 설치한 점이 눈에 띤다.

신라에 최초로 사신을 파견한 것은 일본열도 고대 소국 야마대국의 여왕 비미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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