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외면한 외국계 은행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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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외국계 은행 잔혹사

ESG 외면한 외국계 은행 부진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11 00:02:45

최근 들어 기업들이 속속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5대 금융그룹의 약진이 눈부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약진과 달리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실적은 제자리에 머물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모습이다. 상반기만 놓고 봤을 때 SC제일은행은 미미한 수준의 실적 개선을 보였고, 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10% 이상 하락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외국계 은행들이 부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외국계 은행들의 움직임은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KB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은행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이며 디지털 신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외국계 은행은 디지털을 바탕으로 한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오프라인 채널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자 외국계 은행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의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지난달에는 사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2013년 에이치에스비시(HSBC)가 국내 11개 지점 중 10개 지점을 폐쇄한지 8년 만에, 미국 씨티그룹이 2004년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킨 지 17년 만이다.

씨티그룹은 한국에서 소비자금융 부분을 철수하는 데 12억달러(1조4100억원)에서 최대 15억달러(1조7700억원)을 지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마크 메이슨 시티그룹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한국의 경우 향후 운영비용이 절감되고 약 20억달러의 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업을 계속하는 것보다 소비자금융 사업을 청산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소비자금융의 전망이 어두우니 차라리 지금 털고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판단을 씨티그룹 경영진이 내린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실적 부진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국내의 관점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ESG경영이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과연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서도 이를 충실하게 따랐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이 은행의 이익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ESG경영의 한 축인 ‘S(사회)’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은행들은 사회공헌에 4조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이 중 외국계 은행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은행에서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과 비교해 봐도 낮은 수준이다. 은행권 전체의 영업이익 대비 사회공헌액 비율은 2017년 4.9%에서 지난해 6.4%로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SC제일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6.02%에서 4.91%로 오히려 축소됐다. 또한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인터넷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도 하위권에 속했다.

이에 비해 외국계 은행은 국내에서 올린 수익을 해외 본사로 빼돌리는데 급급해 사회공헌에 인색하다는 평가다. SC제일은행의 경우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2조6000억원의 배당금을 지분 100%를 보유한 모기업 스탠다드차타드에 지급했다. 여기에 용역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한 1조3000억원을 합치면 제일은행 인수시 지불한 3조4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씨티은행도 3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2018년 영업이익의 두 배 반이 넘는 9300억여원의 배당금을 본사에 보냈다. ‘식민지식 착취경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ESG 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사회공헌에 관한 투자도 중요한 지속성장 지표로 자리잡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ESG경영이 수익성에 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 보다는 멀리 봐야 한다. 특히 국민이 이익을 창출해주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금융의 사회적 책임정신 아래 사회공헌활동을 선도해나가야 한다.

과거 한 여론조사에서 소비자의 80% 이상이 기업이미지가 구매에 크거나 다소라도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기업의 사회 공헌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해당 기업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