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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로 일상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 와중에 요소수 공급 대란이라는 악재가 터져 경제계가 발칵 뒤집혔다.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사태 수습을 위해 발을 벗고 나서고 있지만 언제 정상화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자칫 연말에 경제가 완전히 정지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당장 급한 불인 물류에 이어 전력난, 시멘트 혹은 비료 생산 중단, 쓰레기 대란 등 산업·농업·수송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일파만파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공장 가동까지 위협을 받으면 모처럼 순항하고 있는 수출 제조기업에까지 충격이 확산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대란은 이미 예고된 것이고,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방역뿐 아니고 경제에도 정신을 놓으면 과거와는 다르게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 이후 발생하고 있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재편에 가일층 속도를 내는 판이다. 코로나와 같은 질병,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등으로 생겨나고 있는 기존 공급망의 붕괴에 대비한 위기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가장 특징적인 것이 비용을 중시하는 ‘적시 공급(Just in Time)’에서 채산성이 떨어지더라도 공급선을 분산하는 ‘위험 분산(Just in Case)’ 전략으로 수정하고 있는 점이다.
1995년 WTO 출범 이후 줄기차게 확대돼 온 글로벌 공급사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있다. 위기 대응력이 높은 공급망 확보를 위해 글로벌화에서 자국화 혹은 지역화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자국 중심의 가치사슬(National Value Chain)’ 구축을 위해 해외에 나간 공장들을 본국 혹은 인근국으로 이전하는 리쇼어링(Re-shoring)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가시적이다. 단순 조립 공정의 경우 인건비가 싼 동남아 혹은 인도 등으로 중국 공장을 이전한다. 또한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 친환경재 수출 비중 증가로 친환경 중심의 공급망도 새롭게 부상할 조짐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은 불에 기름을 붓듯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붙인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중국을 축소 내지 아예 배제하겠다는 으름장을 서슴지 않는다. 전략 기술과 상품, 가치와 이념을 중심으로 공급 네트워크를 다시 짜겠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개편되고 있는 공급망 사슬에 둔감하거나 무시하면 일시에 낭패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도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한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 대한 공급 의존을 일시에 낮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감지하면서 맞불을 놓는다. 내부적으로는‘중국제조 2025’를 통해 소·부·장 혹은 기술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 구축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일본 역시 빠르게 움직인다. 이미 10년 전부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China+1’이라는 전략으로 중국 공장을 축소하고 동남아 등으로 자국 공장을 빼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공급망 붕괴 현상 상시로 대두, 다변화·국산화 서둘러야
문제는 이번 사태가 예고된 참사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나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바깥세상의 정세를 외면하고 애매한 포지션을 유지하면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는 공산이 크다. 지금 당장이라도 산업계 전반에 거미줄처럼 얽혀져 있는 국내외 공급망 체계를 정확하게 점검해 서둘러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행정 명령으로 지난 6월 초 ‘공급망 100일 보고서’를 마련해 4대 핵심 산업에 대한 공급망 취약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요소수 대란은 우리 산업이 가진 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이를 전화위복과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수입 품목의 30% 이상이 80%의 특정 국가에 치중돼 있고, 그중 절반이 중국산이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품목일수록 수입처가 더 제한돼 있다. 요소수는 중국 의존도가 무려 97%에 달한다. 수입에서는 혹은 수출선 다변화는 우리 무역의 해묵은 과제이다. 중국 혹은 일본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고, 최근 이들 국가와의 정치적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어 위험이 상시화되고 있다.
우리 요소수 파동을 보는 중국의 반응 또한 새겨들어야 한다. 미리 예측하지 못한 한국 측에 책임을 돌린다. 이를 나무랄 수도 없는 처지다. 자기네들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고 되레 거드름을 피운다. 중국 자체의 석탄 부족으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하소연하기도 그렇다. 미·중 충돌,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 등으로 중국의 전력난이 터졌을 때 예견할 수 있었던 시나리오다. 이제 와서 중국 정부의 고무줄 통관에 불만을 쏟아내봤자 허탕이다. 사드 보복이 시작된 이후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중국이 이를 중단했다는 시원한 해명은 그 어디에도 없다. 26일 만에 이미 계약한 물량 1만 8700톤을 보내겠다니 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 말고는 뭐가 있나.
‘차이나 리스크’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지만, 혹시나 혹은 설마 하면서 애써 방관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베트남, 호주 등으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야 해결된다. 급한 불을 끈다고 해도 내년이 더 걱정이다. 보유 물량이 2개월 치에 불과해 근본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위험이 상시화될 수도 있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일본에는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전체 요소 수요량의 77%를 일본 국내에서 자급자족하고 있을 정도로 사전 대비가 거의 완벽하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이러한 형태의 공급망 붕괴가 수시로 생겨날 수 있다. 국가 이기주의가 만연해지면서 자기가 살기 위해 남의 사정을 고려할 겨를이 없다.
오히려 경쟁 상대국의 힘을 빼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가 만연하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가장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구조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는 중국이 이를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일본에는 죽창을 들이대더니 중국에는 할 말도 못 한다는 감정적 접근만으로 이런 문제를 풀기 어렵다.
다만 코로나 발발 이후 위기가 중첩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상황 판단에 둔감하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존재 이유에 대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새 정부의 정부 조직 새판 짜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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