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고통받는 30대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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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대한민국 30대 청년

강주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16 00:02:20

단계적 일상회복을 뜻하는 소위 ‘위드(with) 코로나’로의 방역 체계 전환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리 사회 전반은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에 따르면 11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100.6로 집계됐다.

BSI는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낸다.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향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말한다.

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11월 전망BSI는 87.6으로 전월 대비 9.5p 올랐다. 소상공인의 11월 전망BSI는 89.8을 기록했던 올해 1월 이후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석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취업자 수도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취업자 수는 277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65만2000명 증가했다. 2개월 연속 전년 대비 60만명 이상 증가했는데 전월 대비로도 1만8000명이 늘었다.

통계청의 10월 고용 동향 발표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난 2월 이후 고용 회복세가 9개월 연속 이어지면서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고점(2020년 2월) 대비 99.9%로 (회복됐고), 방역 위기 이전 수준을 되찾기까지는 3만6000명 남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임에도 일부 국민들은 ‘위드 코로나’ 발(發)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우리 사회 30대 청년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취업자 수 개선에도 30대 취업자 수는 2만4000명 감소했다. 연령대별 취업자 증감 통계에서 유일한 감소기록이다. 9월(1만2000명)보다 감소폭이 증가하기도 했다. 30대 취업자 수 감소는 2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30대 인구자체가 줄어 취업자 수도 줄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지만, 인구감소 현상은 30대 외에도 10대, 20대, 40대 등에도 나타나고 있다.

30대 취업자 수 감소는 염세와 비관이 뒤섞인 결과 중 하나로 분석된다. 10월 취업자 수 통계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30대에서 ‘쉬었음’ 인구가 전년 대비 9000명 증가했다는 점이다. 쉬었음 인구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인구를 말한다. 취업을 포기한 상태인 셈이다. 그게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말이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9월에도 1000명 증가했다. 최근 2개월 중 쉬었음 인구가 증가한 연령대는 30대와 60세 이상이 유일하다. 은퇴시기에 접어든 연령대와 30대의 인구동향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30대 인구가 취업시장에서 일종의 포기를 했다는 해석이 나와도 아주 비약은 아닐 것이다.

지금의 우리나라 30대 인구는 어린 시절부터 극심한 경쟁의 연속이었다. 지금 30세 인구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던 2010년(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수(지원자 기준)는 71명2777명이었다. 응시자 수는 66만8339명이었는데, 수능 도입 이래 최다 응시자 수였다. 아울러 지금 35세 인구가 수능을 치렀던 2005년(2006학년도)엔 55만4345명이 응시했다. 지난해 수능 응시자 수가 39만5486명이었으니 당시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겠다.

힘겹게 대학의 문턱을 넘어선 이들은 취업이라는 치열한 경쟁상황과 또 다시 마주했다. 수능 응시자 수만큼이나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기업들의 문을 두드렸다. 공교롭게도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취업문을 좁혔다. 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공개채용은 수시채용, 상시채용 등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많은 이들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취업문턱을 넘어서며 한숨 돌리나 싶었지만 부동산이라는 장벽이 남아있었다. 스스로 가정을 꾸려야 할 30대 청년들은 집을 마련해야 한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이 넘는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2억원이 올랐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순수 근로소득만으로 확보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쯤 되면 30대들의 포기가 이해될 법도 하겠다. 취업시장에서 밀려난 30대들은 혼인율 통계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30대 후반 남성들의 혼인건수는 전년 대비 14.2%(7000건) 줄었다.

예부터 30대 청년은 국가의 ‘경제허리’로 불렸다. 일정 수준 경력과 능력이 쌓인 가운데 나이도 젊은 축에 속해 국가 발전에 상당 부분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20대 이하 어린 세대의 사회 진출과 발전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도 30대 청년들이 국가의 경제허리로 불리는 배경 중 하나다. 이러한 특징은 비단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정치 등 분야에서도 확인 가능할 것이다.

이런 30대들이 사회경쟁에서 밀려나고, 포기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 현상의 배경이 워낙 복잡해 몇몇 조치로는 해결이 어렵겠지만, 결국엔 정치권의 도움이 요구될 것이다. 마침 내년 3월 20대 대선을 앞두고 있다. 비록 ‘립서비스’에 그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30대 청년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강주현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