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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수입 물가 상승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수입 물가 폭등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발표 결과에 따르면 10월 수입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5.8%로 2008년 10월(47.1%)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0년 이후 시차상관계수를 살펴보면 수입 물가 상승률은 1개월 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가장 높은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9년 이후로 분석 기간을 한정하면 수입 물가와 생산자·소비자물가 간의 상관계수는 당월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최근 수입 물가 상승은 시차 없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급등한 수입 물가가 서민 경제 부담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세계 경제 회복으로 글로벌 시장 수요가 급증했으나 공급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1%에서 올해 5.9%로 반등했고 내년에도 4.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1년 전에 2022년 세계 GDP 규모를 96조7000억달러로 예측했으나 지난달 102조40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기업과 산업 부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황 국면에서 높은 리스크를 가진 투자 활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충분한 생산 능력 확충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신규 생산 시설 확충과 기존 생산시설 유지·보수가 늦어지며 시장 수요의 빠른 증가를 대응하기 어려워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수입 물가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이 지목됐다. 10월 전년 동월 대비 원재료 수입 물가 상승률은 88.5%였다. 에너지 부문 상승률이 110.3%에 달해 수입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비에너지 부문 수입 물가 상승률은 18.8%였다.
국제 유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둔화로 2020년 4월 배럴당 평균 2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국제원유시장 3대 유종(WTL, Brent, Dubai 유) 평균 가격이 80달러 내외까지 상승했다. 내년까지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배럴당 100달러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또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채굴, 정제, 운송 비용이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국제 원자재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초 대비 약 50% 상승했고 국제 원자재 광물 가격은 약 61% 상승했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 상승세와 수급 불안정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MF에 따르면 음식료농산물 원자재 가격 지수는 올해 126.8p에서 내년 129.5p로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도 수입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인해 한국의 생산 활동에 투입되는 주요 원부자재 수입단가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보다 신흥 시장으로부터의 수입 물가 급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산출한 올해 3분기 수입단가를 살펴보면 미국산 수입재는 지난해 초 대비 약 13.7% 상승했고 EU 지역 수입단가는 약 17.4% 상승했다. 반면에 중국산 제품 수입단가는 약 34.6% 올랐고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지역 수입단가는 약 35.5% 상승했다.
중국과 아세안 지역 수입 단가의 상승 원인은 두 지역의 공급망에 문제가 있어 한국으로 수출되는 경로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2분기까지 크게 상승하지 않았던 중국산 수입 상품 가격은 미·중 갈등의 영향으로 인한 전력난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며 아세안 지역은 2분기 이후 방역 상황이 크게 악호되면서 생산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편 중동 지역 수입단가는 3분기 기준 지난해 초 대비 약 17.8% 상승해 낮은 편이지만 전년 동기 증가율로 보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해운시장 운임의 증가로 운송 비용이 증가한 것도 수입 물가 상승의 부가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화물 해운 운임을 나타내는 BDI(Baltic Dry Index)는 코로나 위기 이전인 지난해 초보다 약 588% 상승했다. 컨테이너 해운 운임 선행지표인 SCFI(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도 같은 기간 360% 상승했다. 컨테이너 해운 운임 동행지표인 CCFI(China Containerized Freight Index) 또한 같은 기간 251%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입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재·소재·부품·장비 수급 안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생산 차질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핵심 생산재에 대한 신속한 수입선 다변화 노력이 요구된다”며 “또한 신흥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이뤄지도록 주무 부처를 중심으로 방역 지원과 경영 애로사항 해소 등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입 물가 급등의 주된 원인이 에너지 가격 급등임을 감안해 오일쇼크 재발 가능성에 대한 분석 능력 제고와 시나리오별 비상 계획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고유가 원인에 일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산유국들의 자원민족주의 대두 가능성에 대응해 보관 비용 등 기회비용을 고려한 전략 비축유 규모 재조정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에 더해 중국의 인플레 수출에 대한 선제적 시장 분석 능력 강화 및 대응 능력 점검도 요구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인플레이션 수출의 주된 원인은 미·중 갈등이기 때문에 경제, 산업, 외교 분야 관련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대외 요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주요 수출품에 대한 중국 내 생산 활동 및 중국 정부의 산업 정책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주요 수입 품목별 문제 발생 시 대응 정략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서민체감물가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물가 불안 우려 품목에 대한 선제적 수입물량 확대와 유통과정의 불합리 요인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심화 가능성에 대응해 거시적 수단에서의 통화정책보다는 시장 지향적 물가 안정 노력이 요구된다”며 “수급 불안을 이용한 매점매석을 방지하기 위해 농축수산물 유통 체계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거래 투명성 확보 노력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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