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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출신 세번째 골프 세계랭킹 1위
쓰레기더미에서 주은 채로 골프 익혀
생애 첫 우승하자 자선단체부터 설립
불치병 때문에 경기 도중 쓰러지기도
골프 세계랭킹은 국제프로골프투어연맹이 최근 2년 동안의 미국, 유럽,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시아, 호주투어의 성적을 기준으로 선정해 발표한다. 각 투어의 대회가 끝난 매주 월요일 전 세계 골퍼들을 대상으로 최근 2년간의 투어성적을 합산, 출전 대회 수로 나누어 선정한다. 물론 4대 메이저 대회에는 가산점이 주어지며, 최고의 투어라고 불리는 PGA투어와 유럽투어 등 대회 등급별로 가산점이 붙는다. 랭킹 점수에 대한 산정 방식은 매우 복잡하다.
여자의 경우 미국 여자프로골프투어(LPGA),·한국여자프로골프( KLPGA), 유럽여자프로골프(LET),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호주여자프로골프(ALPG), 영국여자프로골프(LUG) 등 6대 여자 프로골프 투어의 성적을 기준으로 한다.
최장 기간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던 선수는 역시 타이거 우즈였다. 그는 2005년 6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무려 281주 연속 세계 랭킹 1위였다. 타이거 우즈가 섹스 스캔들과 잇따른 부상 탓에 쇠락한 이후 PGA투어에서는 군웅들이 할거했다. 2015년 9월에 처음으로 세계 골프 랭킹 1위를 달성한 호주의 제이슨 데이도 그런 군웅들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호주 출신 선수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은 '백상어'라고 불린 그레그 노먼, 애덤 스콧에 이어 데이가 세 번째였다.
골프 하나로 큰 재산 형성
아일랜드계 호주인 아버지와 필리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데이는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골프를 배웠다. PGA투어 선수 가운데 가장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온 클럽으로 골프를 시작한 데이는 이제까지 4937만달러(한화 약 583억원)의 상금을 벌어들여 골프 하나로 큰 재산을 쌓았다.
데이는 12살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 편모 슬하의 이민자 가정에서 빈곤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민자 가정은 늘 불우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백인 이외의 인종, 특히 아시아인의 이민을 배척했던 백호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호주에서 성장했지만 넓은 가슴과 미소를 잃지 않았다. 호주의 작은 시골마을 퀸즈랜드주 보데서트에서 자란 그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6살 때였다. 조그만 골프장에서 일하던 아버지로부터 골프를 지도받았다. 골프채를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 첫 골프채를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사용했다. 가족들은 구세군 센터에서 헌 옷을 사다가 입었다. 데이는 호주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가급적 출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 싫어서 일게다.
어머니의 헌신적 뒷바라지가 큰 힘
동양인의 피가 흐르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사랑은 데이의 성공에 큰 힘이 됐다. 어머니는 유일한 재산이던 집을 팔아 아들이 골프 아카데미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데이는 이에 화답하듯 초등학교에 다닐 때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기 전인 8시30분까지 날마다 3시간가량 연습했다. 혹여 아들이 게을러질 경우 어머니는 여지없이 사랑의 회초리를 가했다. 결국 이런 노력은 데이가 세계 정상급 골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어머니는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아들에게 늘 주문했다.
데이는 친구로부터 빌린 타이거 우즈에 관한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고, “나도 우즈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며 골프연습에 매진할 수 있었다. 14살 때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2000년 호주 마스터스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04년 세계 주니어 챔피언십 15~17세 디비전을 우승하며 호주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돈을 벌어 홀어머니를 호강시켜주겠다는 다짐으로 미국 PGA투어를 밟은 것은 그의 나이 21살 때였다. 지옥의 관문이라는 큐스쿨을 거쳐 PGA에 입문했다.
자선단체 설립 불우아동 지원에 적극
2010년 PGA투어 HP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데이는 가난한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2011년부터 굶주리는 아동들을 돕는 ‘브라이터 데이즈’라는 자선재단을 설립해 선행을 펼쳐오고 있다. 꾸밈없이 커야 할 어린이들만큼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에 살던 외할머니와 외삼촌 등 가까운 친척 8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는 하이옌의 피해자이면서도 하이옌 이재민을 돕기 위해 필리핀 정부에 300만달러라는 거액의 성금을 쾌척했다. 이런 사랑과 따뜻한 마음 때문에 그는 PGA 멤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아주 높다.
2015년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무려 5승을 거둔 덕분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PGA투어 13년차인 데이에게는 2015년이 생애 최고의 시즌이었다. 호주를 떠나올 때 세계 1인자가 되겠다고 홀어머니 앞에서 맹세한 약속을 7년여 만에 이뤘다. 경쟁이 치열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무려 51주간 지켜냈다. 그는 샷을 하기에 앞서 늘 눈을 지그시 감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도 매순간 지난 어려운 시절을 회상하면서 마음을 다 잡는 자신만의 의식인지도 모른다.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그에게는 또 다른 큰 아픔이 있다. 2010년부터 ‘양성발작성 두위현훈증(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머리를 움직일 때 어지러움증 및 눈떨림을 초래하는 질병)’이라는 난치병을 앓는 그는 몸이 보내주는 위치신호를 뇌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탓에 극심한 현기증을 앓고 있다. 경기 도중에도 이 병이 발작하곤 해 애를 먹기도 했다. 2015년 US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던 4라운드 마지막 날 현기증이 극심해져 라운드 도중 필드에 쓰러지기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데이가 이 난치병을 완치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
3년반 동안 우승소식 못 전해
한때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던 데이는 PGA투어에서만 12승을 거뒀다. 하지만 2018년 5월 웰스파코 챔피언십 이후 3년반이 넘도록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랭킹은 현재 96위까지 곤두박질쳐 있다. 2020~21시즌에는 22개 대회에 출전해 9번이나 컷탈락 했다. 슬하에 3남매를 둔 데이가 혹 PGA 데뷔 초기의 헝그리 정신을 잊고 안락함에 젖어서일까. 주변의 불우이웃을 돕는데 적극적이었던 데이의 부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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