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反美·反日 역사관 드러낸 이재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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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병합, 6·25 美책임론, ‘미군은 점령군’ 등 거론
냉엄한 국제질서 망각한 ‘무지한 민족주의’ 노출
한반도 전체 공산화 안 된 건 美 덕분 ‘천우신조’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19 00:02:0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대외인식이 연일 논란이다. 몇 달 전 “미군은 점령군”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지난주엔 ‘일본이 완전한 우방인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한·미·일 동맹 반대 입장을 표하더니 이번엔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한·일합병 및 남북분단의 미국 책임론을 거론했다. 21세기에 ‘가쯔라-태프트 협약’ 탓을 하는 순진·무지 민족주의, 때늦은 ‘운동권 의식화’의 주인공이 여당 대선후보라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이 후보는 존 오소프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과 면담하며 “가쯔라-태프트 협약을 통한 미국의 승인 때문에 한·일합병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1905년 일본 총리 가쯔라 타로와 미 육군성 장관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제27대 미 대통령)의 회동 결과를 흔히 ‘밀약’이라 부르는데, 실은 ‘협약’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의회 비준이 필요한 ‘조약’이 아니었음은 물론 정식 외교문서조차 없다. 미국은 조선에, 일본은 필리핀에 각각 ‘관심 없음’을 피차 확인했다고 배석자의 비망록이 전할 뿐이다. 이것으로 116년 전 외교문제의 선후관계를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조약’이라 부르는 일부 언론의 무지도 놀랍다.

영국과 미국의 지원을 얻어 러시아를 물리친 일본은 20세기 초 세계적 열강으로 발돋움했다. 열강의 선두주자 영국과 부동항을 찾아 남하하려는 러시아의 ‘그레이트 게임’ 속에 일본은 현명한 판단으로 승승장구한다. 반면 망해가는 제정러시아에 기댄 게 조선의 고종이다. 러시아 속국 아니면 일본 식민지, 이게 유교적 이상을 내걸고 출범한 왕조 500년의 말로였다. 조선은 미·일 간 담판 이전에 이미 망해 있었다. 이 ‘밀약’과 5년 후 한·일합병은 자멸한 조선의 사후 처리나 다름없다.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은 현실 국제정치의 엄혹함과 냉정함이다.

지구 반대편에 지하철이 오가고 시민사회가 성장할 때, 조선은 절대 다수가 문맹이던 가난한 왕국이었다. 인구의 40%가 노비인 자폐적 농경사회, 사농공상의 가혹한 신분질서 속에 산업은 전무했고 백성의 삶은 피폐 일로였다. 극단적 쇄국정책으로 세계사의 조류와 극단적으로 괴리된 채, 외부의 충격 이전에 내부 모순으로 자체 붕괴해 있었던 것이다.

“(일제 패망 후)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6·25) 전쟁의 원인이 된 점에 대해선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라는 발언은 이 후보의 국가관마저 의심케 한다. 실은 일본이 분할되고 한반도가 통째로 소련 치하로 들어갈 뻔했다. 그랬어야 한다는 말인가. 한반도 전역으로 밀고 들어오는 소련군을 38도선에서 그나마 저지한 것은 미국 당국자의 기적 같은 판단이었다. 그 결과 남쪽만이라도 자유세계로 편입된 것이다. 천우신조(天佑神助)다. 그게 불만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말을 하나.

“면담 성격에 안 맞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한 데 그친 국민의힘 논평도 유감이다. 이 후보의 운동권식 궤변을 명쾌하게 반박하지 못하는 것은 공부가 부족해서다. 역사관·세계관을 둘러싼 진퇴양난의 지적 격투를 겪어보지 못했다면 서둘러 보충하기 바란다. 좋은 자료가 많다.

1884년부터 조선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다 주한미국 공사가 된 호러스 알렌이 당시 상황에 관해 여러 문서를 남겼다. 이에 따르면 1903년 미국은 조선을 포기한 상태였다. 고종의 절대적 신임을 받던 알렌이 미국의 친일외교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며 조선왕조의 무능을 증언하고 있다. “위대한 문명은 내부에서 스스로 붕괴하기 전까진 외부의 힘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세계적인 문명사가 윌 듀란트의 명언이다. 역사지식에 몽매한 채 낭만적 반미·반일 지식으로 오염된 이 후보의 역사관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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