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 상승, 내 탓 아니라는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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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대출금리 기현상

김학형 국제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22 00:02:35

올해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최근 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중 대출 금리는 코로나19 범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한때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다가 올 하반기에 급증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신용대출·주담대 금리는 2019년 말 3.87%, 2.45%에서 지난해 6월 2.93%, 2.49% 급락(주담대 소폭 상승)했다. 그러더니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3.75→4.15%(+40bp), 주담대 금리는 2.74→3.01%(+27bp)로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달에는 오름폭이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일부 금융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은 기현상이 나타났다. 고신용자 대출 금리 오름폭이 저신용자의 경우보다 크거나 은행권 금리가 2금융권 금리보다 큰 경우도 많았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에서 ‘금융시장 왜곡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3분기 은행권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간 금리차) 수익이 크게 증가한 데 대해서도 “은행들이 폭리를 취했다”는 취지의 뉴스가 적지 않았다.

이처럼 언론 등에서 지금의 대출 금리 오름세가 가계부채 총량규제 탓이라는 분석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우선 각종 ‘준거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이 대출금리 기준으로 삼는 국채·은행채 등의 금리가 올 하반기부터 크게 상승했는데 “전 세계적 동반긴축과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 등”으로 인한 현상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가산금리 상승과 우대금리 축소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주담대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간 ‘역전 현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달 1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3.31~4.84%, 신용대출 금리는 3.39~4.76%였다. 여기서 최상단인 4.84%와 4.76%를 비교해 “역전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해당 금리는 신용등급 3등급 장기(35년) 주담대와 1등급 단기(주로 1년) 신용대출이라서 금융위는 “직접 비교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은행의 ‘제시금리’가 아닌 실제 대출에 적용된 ‘취급금리’를 비교하면 여전히 주담대가 신용대출보다 낮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9월 기준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권 4.15%, 제2금융권 3.84%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상승률 목표치를 6%대로 설정하고 압박하자 은행들이 대출 신청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는 분석이 많았다. 금융위는 역전 현상은 사실이지만 연초부터 지속된 현상이라서 부채 총량관리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상호금융권이 은행과 같은 고신용자 대출에 적극 나섰고 자금 조달비용 격차 축소, 2금융권 규제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가계대출의 예대 마진 급증’에 대해서도 큰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2019년 유동성 과잉으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크게 낮춘 이후 1~2%p 초반의 예대금리차가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단 지난달 예대 금리 차이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금융당국의 내 탓 아니라는 항변 자체는 납득할 만하다. 가계부채는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제 침체와 성장 저해 요인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게 당국의 주요 임무인데 대출 금리 상승을 부른 범인으로 지목됐으니 오해·억측이 없도록 해명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시중 대출 금리 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민간 은행에서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영역이니 침해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예대 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져 금융당국이 개입한 사례가 없지 않다.

2017년 당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 관계자들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가산 금리를 인상하면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듬해 금융감독원은 대출자의 소득을 과소 책정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기준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등의 혐의로 하나·씨티·경남은행을 적발했다. 이들 은행이 더 받은 이자 27억원가량을 고객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그때는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한 이유가 없으리라고 본다. 개입 불가 원칙을 고집하기보다 이와 같은 부당한 인상 요인이 없는지, 금융권에 대출 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기 바란다.

김학형 국제팀장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