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직업 결정짓는 수능 교육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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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 대학수학능력평가 명암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22 00:02:30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 시험이 18일에 실시됐다. 수능 시험을 위해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미뤄졌고 교통편을 증차했으며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이 금지됐다. 경찰 등은 수험생 주요 이동로에 비상 운송 차량을 배치했다. 오늘만을 위해 피땀 흘려 공부해온 수험생들이 혹시라도 시험을 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외신도 수능 시험을 주목했다. BBC는 영상 기사를 통해 “한국의 수능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험 중 하나다”며 “수능 시험은 대학 입시와 직업은 물론 미래의 인간관계까지 결정한다”고 소개했다.

수능 시험이 치러지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이 수능과 관련된 기억 하나쯤은 떠올릴 수 있다. 기자도 수능 시험 날 긴장해서 수능을 망치고 사흘 밤낮 방에 틀어박혀 울던 친구가 떠오른다. 당연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수능 시험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의 목표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에 맞춰져 있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수능이 가지는 의미만큼이나 수능에 대한 논란도 이어져 왔다.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대학 진학이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인해 갈리는 것이 정당한 지에 대해서다. 수능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하는 방안이 제기된 적도 있었지만 실현되진 못했다.

수능 시험이 변질됐다는 비판도 있다. 원래 수능은 대학입학 학력고사가 암기만을 강요하는 비판이 나오면서 학생의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취지는 사라지고 문제 푸는 능력만 요구하게 돼 학생들을 문제 푸는 기계로 만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수능 시험으로 인해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학업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거나 수능시험 점수를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의 위치는 확고하다. 오히려 수능시험 비중이 높은 정시 입시 비중을 늘리자는 주장도 많다. 현재 대학 입시에 사용되는 방법 중 가장 공정하다고 인식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험관 개인의 주관이나 인맥, 돈 등이 들어가지 않고 OMR카드에서 어떤 문항에 체크했는지만으로 결과가 갈리는 수능 시험보다 공정한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수능보다 공정하고 획기적인 방식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생들이 수능에 매달릴 것이고 수능 성적에 따라 평가받게 된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중압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이러한 환경에 계속 내버려 두는 게 과연 옳은지에 대해선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을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시험지에 나온 문제의 답을 찾는 법만 가르치고 있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규 교과 과정을 대학에 가기 위한 도구로만 인식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지금 하는 공부가 수능 시험 외에 어디에 쓸모 있는지 고민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미 많은 논의가 진행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시 비중을 늘리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수능으로 인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수험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