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자살’까지 부른 폐쇄적 기자단 혁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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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매체 텃세에 신생 매체 관공서 취재 제한
부산선 ‘오찬 중단·해체’ 놓고 기자 간 폭력도
미디어오늘, 서울고법 상대 소송서 1심 승소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1-22 00:02:01

언론비평 매체 미디어오늘이 서울고등법원을 상대로 출입증 신청 거부를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미디어오늘이 법적 실체가 없는 ‘기자단’에 출입 권한을 위임한 서울고법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기자실 사용 신청 및 출입증 발급 신청에 대한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한 것이다. 1심이긴 하지만, 이번 판결에 따라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 관공서의 기자실 문화가 변하길 기대한다.

서울고법은 출입을 신청한 여러 매체 중에 ‘더팩트’ ‘뉴스핌’은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허용한 반면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셜록’ 등 3곳엔 거부를 통지하며 “서울법원종합청사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 및 구성은 기자단 자율에 맡기고, 법원은 그 가입 여부와 구성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관련 사항은 기자단 간사에게 문의하라”고 답했다.

문제가 된 법조기자단은 3명 이상의 기자가 팀을 구성해 6개월 이상 취재·보도를 하는 언론사에 한해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하지만 이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서울중앙지검 기자단, 대검찰청 기자단, 서울중앙지법 기자단, 대법원 기자단의 투표를 거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가입할 수 있다. 몇몇 메이저 언론사 소속 기자가 반대하면 신생 매체는 사실상 가입이 불가능하다.

앞서 서울고법 측은 “대법원, 서울고등검찰청, 대검찰청 외 18개 행정부처에도 모두 기자단이 있고, 18개 부처 기자단 모두 다른 언론매체 기자단 가입 여부는 기자단의 투표로 정하고 있다”며 “언론기관의 자율적 구성으로 이루어진 출입기자단 의견을 참조해 출입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을 뿐, 기자실 사용 허가와 출입증 발급 권한을 출입기자단에게 위임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당한 관행’이라고 못 박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일 뿐만 아니라 ‘잘못된 관행’의 문제점은 회피했다.

승소 후 미디어오늘은 “소송은 기자단 가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도 있지만 언론의 취재 제한 권한을 왜 기자단이 가져야 하는지 따져볼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며 “행정소송은 언론 취재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부터 바로잡고 폐쇄적인 기자단 운영이 검언유착 정황과 무분별한 검찰발 보도로 나타난 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단계 성숙한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해선 출입처 문화의 관행을 깨는 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관청의 기자실 출입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7년 2월 부산에선 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해 취재에 어려움을 겪던 신생 매체 기자가 “몸도 정신도 너무 망가져서 더 이상 힘이 나질 않는다”며 “국가기간 통신사의 벽에 한없이 작아지는 제가 싫습니다. 결국 발로 뛰어 조금이나마 격차를 줄이려 했지만 안 되네요”라는 7줄짜리 짧은 유서를 써 놓고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법조기자단 카르텔의 벽에 좌절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2015년 6월 부산에 주재하는 ‘뉴스1’ ‘뉴스타운’ ‘브레이크뉴스’ ‘아주경제’ ‘일요신문’ ‘CNB뉴스’ 등 6개 매체는 부산중앙언론연합기자단을 구성해 부산시에 취재 편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무시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기자실 출입요건을 완화해야 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부산시는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전적으로 기자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2018년 8월 부산시청 기자실에선 시청 제공 오찬 중단과 기자단 개혁 문제로 갈등이 빚어져 기자 간 몸싸움과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기자실 개방과 기자단 해체를 주장한 기자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기자단에서 ‘제명’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폐쇄적인 기자단은 구시대 악습으로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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