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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야구의 묘미는 홈런포 아닌 희생타에 있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1-25 09:48:24

 
▲박병헌 언론인·전 세계일보 체육부장
/‘희생’을 유일하게 인정하는 스포츠
/KT의 한국시리즈 제패도 희생타에서
/희생번트 1위로 리그 MVP 오르기도
/현실세계에서도 희생이 갖는 의미 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2021 시즌이 얼마 전에 끝났다. ‘열 번째 막내 구단’으로 2015년 1군 리그에 데뷔한 KT위즈가 정규리그 1위에 이어 4연승을 거둬 대망의 한국 시리즈마저 제패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KT의 통합우승으로 올 시즌 9개월 동안 이어져온 대장정은 모두 마무리됐다.
 
야구는 ‘희생’을 미덕으로 삼는 운동이다. 자신을 죽이고 남을 살리는 종목은 아마도 스포츠 종목에서는 야구 밖에 없을 것이다. 득점을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공을 보내는 이타적인 ‘도움’은 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 여러 종목에 걸쳐 존재한다. 하지만 희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종목은 야구가 유일하다. 따라서 야구에선 희생을 잘 하는 선수를 칭찬하고 높이 평가한다.
 
‘희생’ 잘하는 선수 높이 평가
 
그 이유는 자신이 타석에서 안타나 홈런을 칠 기회를 포기하고 팀의 승리를 위해 스스로 아웃을 감수한 채 선행 동료 주자를 앞으로 전진시키기 때문이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구절과 일맥상통한다. 그렇기에 혹자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없기에 야구의 꽃인 홈런보다 희생타가 더 의미 있는 공격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특히 희생번트는 벤치와 타자, 주자와의 약속된 플레이로 한 명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유기적인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희생이라는 영어 sacrifice는 고대 프랑스어 sacrifice와 라틴어 sacrificium에서 유래했다. ‘신성하다’는 의미의 sacer와 ‘실행하다’는 뜻의 facio의 합성어라고 한다. 즉 성스러운 목적을 위해 행한다는 뜻이다.
 
희생이라는 말은 한자 문화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간의 덕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많이 쓰였다. 희생과 관련한 고사성어로는 선공후사(先公後私‧공을 우선으로 하고 개인적인 일을 뒤로 함), 멸사봉공(滅私奉公‧나의 이익과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공동 단체를 위하여 힘씀), 견위치명(見危致命‧나라의 위태로움을 당하여 자기 목숨을 바침)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모두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체를 우선시한다는 뜻이다.
 
개인 이익보다 공동체 이익이 우선
 
야구에서 희생이라는 개념을 공식적으로 도입한 것은 1900년대 초반이었다.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1900년부터 1920년까지를 ‘죽은 볼(The Dead Ball) 시기’라고 말한다. 사이영, 크리스티 매튜슨, 월터 존슨(이상 미국)과 같은 강력한 투수들이 지배했던 시기였다. 투수력이 타력을 압도하는 바람에 득점이 거의 이뤄지질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타이 콥 등 전설적인 스타들이 활동하던 이 시기에 위력적인 투수들 때문에 홈런은 별로 없고, 스피드와 베이스 운영 등으로 점수를 올렸다. 전형적인 ‘투고타저(投高打底)’ 시대였던 것이다.
 
MLB는 흥행과 관중 본위의 득점을 늘리기 위해 1908년 희생 플라이 규정을 채택했다. 희생 플라이는 공격팀이 노 아웃이나 원 아웃인 상황에서 타자가 공을 의도적으로 멀리 쳐서 3루 주자가 득점을 하는 것을 이른다. 타자가 공을 외야로 보내면 3루 주자는 베이스를 리터치한 뒤 상대 팀 수비수가 공을 잡은 동시에 홈으로 들어와 득점을 하게 된다. 득점에 성공했을 경우 타자는 아웃되지만 타점으로 기록하고 타수와 타율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희생 플라이 제도는 폐지와 복구를 거듭하다가 1954년부터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희생 플라이와 함께 희생 번트(bunt)라는 규정도 있다. 번트는 일부러 공을 짧게 치는 것을 말하는데 희생 번트는 노아웃이나 원아웃에서, 주자가 베이스에 있을 때 주자를 다음 베이스로 진루시키기 위해 타자가 자신을 희생하며 번트를 댄 후 1루에서 아웃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도 물론 희생 플라이와 함께 타수에서 제외된다. 희생 번트를 한 타자들은 상대 실책이나 야수의 선택으로 출루하기도 한다. 희생 번트가 안타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스퀴즈 번트의 성공에는 희열감
 
대개 희생 번트는 지명 타자제가 없는 리그에서 타력이 떨어지는 투수들이 많이 시도한다. 감독들은 대개 주자가 있을 경우 투수들이 주자를 전진시키기 위해 희생 번트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투수들은 베이스 러닝을 할 필요가 없어 부상의 위험을 피할 수도 있다. 3루 주자가 있을 때 시도하는 희생 번트를 스퀴즈(squeeze) 플레이, 또는 스퀴즈 번트라고 말한다. 야구 감독들은 점수를 뽑아내기 위한 스퀴즈 번트의 성공에 큰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야구 기록표에서 희생플라이는 ‘SF’, 희생번트는 ‘SH’ 또는 ‘S’로 각각 표기한다. 희생 플라이나 희생 번트를 타율이나 출루율에서 빼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희생 결정이 선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감독 등 코칭 스태프들이 점수를 빼내기 위해 내리는 전략이나 작전이다. MLB 뉴욕 양키즈에서 유격수로 13년간 활약한 필 리주토가 유명한 여배우 마릴린 몬로와 결혼한 당대 최고의 야구선수인 조 디마지오를 제치고 1950년 아메리칸 리그 MVP에 뽑힌 것은 홈런이나 타율 1위가 아닌 희생번트 1위의 기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역시절 양키즈에서 팀 동료들과 7개의 우승 반지를 만들어낸 주인공이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KT가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희생타에 있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난적 두산 베어즈와의 1차전에서 KT는 4번 타자인 용병 제라드 호잉의 희생 번트에 이어 포수 장성우가 0의 침묵을 깨는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결승점을 얻은 여세를 몰아 시리즈 전적 4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두산은 팀을 리드하는 포수에게는 득점타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야구 격언을 지키지 못했다. 팀의 사기를 드높이는 희생타의 위력을 그대로 입증한 셈이다. 희생타의 성공은 조직을 강하게 뭉치게 하는 마법을 지녔음은 물론이다. 야구에서 희생타 하나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스포츠를 떠난 숭고한 메시지
 
조직이 크든 작든 간에 조직원의 희생타는 그 조직을 강하게 하거나 윤택하게 하기 마련이다. 이는 가정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상생활에서의 희생은 반드시 죽음을 수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승부를 결정짓는 야구장에서의 희생타에 환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정에서 또 직장이나 공동체 조직에서 자기희생을 실현해 봄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희생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스포츠가 단순히 스포츠에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주는 숭고한 메시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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